2025/07/10 11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11화 – 첫눈 오는 날, 우리 집 앞에 도착한 두 손 가득의 떡국떡〉“당신이 들고 온 떡국떡보다,당신이 먼저 따뜻했어요.”1. 첫눈 소식은 뉴스를 통해 오지 않았다“지금 창밖 봐봐요!”윤수의 문자.모니터만 보고 있던 나는책상에서 벌떡 일어나창문을 열었다.세상에.진짜… 눈이 내리고 있었다.가을이 끝난 지 몇 주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벌써 하얗게 내리는 겨울.마음이 덜컥,출렁거렸다.‘올해 겨울은,그 사람과 함께 맞이할 수 있구나.’2. 늦은 퇴근, 현관 앞에서 만난 깜짝 선물"집 도착했어요?"윤수의 전화."응, 지금 엘리베이터 앞.""그럼 현관 앞 한번 봐요."띠링.현관문 열자마자나는 놀라고 말았다.두 손 가득 비닐백.안에는 떡국떡, 국물 육수 팩, 계란, 대파, 심지어 김까지.그리고 노란색 포스트잇..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10화 – 너와 나의 온도로 김장을 담그다〉“소금은 짜지만,당신 손끝에서 나오는 온도는 따뜻했어요.”1. 엄마에게서 온 전화 한 통“윤수야,이번 주말에 시간 돼? 김장 좀 같이 하자~”윤수 엄마의 다정한 전화는우리에게 또 하나의 ‘첫 경험’을 안겼다.함께 김장하기.이제 진짜 가족처럼 ‘살아가는 사이’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초대장 같았다.“괜찮겠어요?”내가 묻자, 윤수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김치통도 비었잖아요.올해는, 우리 손으로 채워봐요.”2. 새벽같이 도착한 시골 마당,김장 시즌의 냄새“배추는 어제 다 절여놨어.오늘은 속 넣고 버무리는 날이야.”어머니의 말에 따라우리는 고무장갑을 끼고 마당으로 나섰다.바람이 차가웠지만,김치통에서 올라오는 생강, 마늘, 젓갈 향이왠지 사람을 안심시켰다.“괜찮아요?”윤..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9화 – ‘우리’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워진 날〉“그냥, 습관처럼 나오는 말이었어요.‘우리’라고 부르는 게.그게 더… 진짜 같아서.”1. 여행에서 돌아온 날,냉장고를 열다 말고“아, 김치 떨어졌네.”윤수가 말했다.나는 대답했다.“우리 김치통 비었어요?그럼 엄마한테 좀 얻어올까?”‘우리 김치통’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순간 멈칫했다.언제부턴가 당연하게,이 집의 모든 게 ‘우리의 것’이 되어 있었다.처음엔 ‘내 집’이었고,그가 놀러오는 느낌이었는데—이젠 같이 열쇠를 꽂고 들어오고,이불 색도 서로의 취향으로 절충하고,냉장고 안 반찬통도자연스레 ‘우리 김치통’이 된 어느 날.2. ‘내가 할게’에서 ‘우리 같이 하자’로“윤수 씨는 설거지 담당.”“아니에요, 오늘은 같이 해요.나는 물 닦고, 당신은 정리.”우리는 주..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8화 – 가을, 우리의 첫 여행 계획서〉“계획은 여행을 위해 세우는 줄 알았는데,당신과는… 미래를 위해 세우고 있었어요.”1. 아침 공기에서 ‘가을’이 느껴지던 날“가을 냄새 나요.”창문을 열자마자, 내가 말했다.윤수는 커피잔을 내밀며 물었다.“가을 냄새가 뭐예요?”“음… 바삭한 나뭇잎 냄새,그리고… 약간 외로운 기분?”“그럼 우리, 외롭지 않게 가을 여행 갈래요?”그 말 한 마디에기분이 포근해졌다.처음으로 둘만의 여행 계획서를 펼치게 된 계절이었다.2. 같이 여행 계획을 세운다는 것의 의미“근데,여행지 정하는 거 은근 어렵네요.”윤수는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나는 바다 보고 싶고,너는 단풍 보고 싶고…”“그럼 단풍 드는 섬으로 가면 되죠.”우리는 포스트잇을 꺼내가고 싶은 지역, 먹고 싶은..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7화 – 마을 축제에서 손을 놓치고, 마음을 더 세게 잡았다〉“잠깐 손을 놓쳤을 뿐인데,왜 이렇게 멀어진 느낌이었을까.”1. 여름밤 마을 축제, '우리'라는 계절이 무르익을 무렵“올해는 작년보다 더 성대할 거래요.초청 가수도 온대요!”윤수는 설레는 얼굴로 축제 포스터를 건넸다.완주군에서 해마다 여름 끝자락에 여는 마을 축제,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옥수수밭 인근 마을에서 열린다고 했다.“그럼… 우리 추억의 장소에서 여름 마무리하겠네요.”“그러니까 손 꼭 잡고 있어요. 사람 많을 테니까.”그 말이…그날 밤 그렇게 마음에 남을 줄은 몰랐다.2. 사람에 밀리고, 마음도 밀렸다축제는 생각보다 북적거렸다.노점들,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아이들,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껴서윤수의 손이 내 손에서 미끄러졌다.“잠깐만요, ..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6화 – 비 오는 날, 감자전과 감정이 튀겨지던 날〉“감자전보다 먼저 튀어 오른 건, 기름도 아니고… 당신 말투였어요.”1. 예보 없는 비, 예고 없는 감정“비 온다…”창밖을 보며 내가 말하자윤수가 무심하게 대꾸했다.“또 감자전 해야겠네.”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감자전은 이미 우리 사이에서‘비 오는 날의 공식 요리’가 된 지 오래였으니까.문제는,감정까지 튀겨질 줄은 몰랐다는 거다.2. 우산을 사러 가는 길, 작은 오해가 쌓였다마트에 가려는데나는 윤수에게 말했다.“내가 우산 살게요.그동안 부침가루 좀 사줘요.”“응.”나는 장화를 신고 먼저 편의점에 들렀고,윤수는 마트를 향했다.하지만 10분 뒤,윤수는 부침가루 대신 튀김가루를 들고 왔다.“이거 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튀김가루로 감자전 하면 딱딱해진다고..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4화 – 같은 이불 속, 우리 사이에 감자 한 봉지“잠들기 전, 너랑 같이 삶은 감자 하나가 그날 우리 사이를 녹였다.”1. 감자 체험 다음 주, “하룻밤 묵고 갈래요?”“이번엔… 체험 말고,그냥 하루 묵고 가는 건 어때요?”윤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주말이 가까워오던 목요일 밤,그는 전에 없이 머뭇거리면서 그렇게 내게 말했다.“이제 우리, 같이 하루쯤 보내도 되지 않아요?”그 말이 뭔가 조심스러웠던 이유를나도 알고 있었다.‘체험 친구’에서 ‘연인’으로우리는 이미 감자밭에서 그 선을 넘었지만,이건 또 다른 선,마음이 아닌 일상의 선이니까.“응, 좋아요.같은 방은… 이불만 따로 쓰면 되죠 뭐.”그 말에 윤수가 웃었다.그리고 나는,처음으로 그와의 ‘하룻밤’을 상상해봤다.2. 오래된 시골 민박집, 두 개의 베..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제3화

– 감자밭에서 처음 손을 잡다“흙 묻은 손으로 네 손을 잡는 건, 망설이기보단 다정했으면 좋겠어.”1. 감자밭은 생각보다 조용했고,우리 둘은 더 이상 조용하지 않았다“오늘은 감자요?”“네, 감자 캐는 날이에요.”그날 아침, 체험 마을 도착 직후윤수는 늘 하던 대로 모자를 눌러 쓰며 내게 말했다.나는 웃으며 그에게 장갑을 건넸다.“이제는 우리가 조장 아니에요? 매주 오니까.”“그쵸. 우리가 거의 단골이죠.”“농촌 체험 단골… 근데 어감은 이상한데, 느낌은 좋다.”햇살은 어느 때보다 따사로웠고내 발끝을 간지럽히는 풀잎도왠지 오늘은 편안한 기분이었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엔지금보다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간절함,감자보다 먼저 땅속에서 올라오고 있는 감정이 있었다.2. 흙을 파고, 감자를 찾고,그리고 조심스럽게 ..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제2화

– 블루베리 체험장에서, 조금 더 가까워진 우리 사이“이렇게 가까이 서도 괜찮을까? 열매 하나보다 네가 더 가까워.”1. '다음 주'가 진짜 올 줄 몰랐다“그럼, 다음 주에도 와요.”“네. 꼭이요.”그날, 옥수수밭 끝에서 그렇게 말해놓고솔직히 나는, 반쯤은 그냥 인사치레라고 생각했다.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쏟아지는 업무,카페에 앉자마자 쌓여가는 메시지들.그 속에서 ‘옥수수’라고 저장된 그 사람의 번호는잠깐 잊혀진 듯, 그러나 아주 약하게가슴 한쪽에서 계속 떨고 있었다.그러다 목요일 밤 9시,그 번호로부터 톡 하나.📩다음 주 토요일, 블루베리 체험 확정이래요.저… 진짜 갈 건데, 혹시… 같이 갈래요?정말 올 줄 몰랐던 ‘다음 주’가그 사람 손에 실려, 내게 다시 왔다.2. 블루베리밭은 옥수수보다 조용했다전주..

🌽《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1화 – 옥수수밭 첫 만남, 당신 손엔 흙이 묻어 있었다“서울 살면서 흙 만질 일이 얼마나 있어요.”“그냥… 손에 흙 한 번 묻히고 싶었어요.”“…그런 이유로 여기까지 온 거예요?”“네. 그런 이유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1. 익어가는 여름, 내 마음도 곧 익을 예정7월 첫 주 토요일 아침,카카오맵에 찍힌 ‘○○군 농촌 체험 마을’까지는버스, 택시, 걷기까지 3시간이 넘는 여정이었다.회사에선 늘 시간에 쫓기고,도시는 늘 시끄러운데,이곳은 시계보다 해가 먼저 말 걸어오는 곳이었다.누구의 추천도, SNS도 아닌그냥, 스스로 검색해서 신청한 옥수수따기 체험.그날은 마침누군가의 결혼식, 누군가의 생일,또 누군가는 출근하던 날이었다.그 모든 것과 아무 상관 없이,나는 ‘내가 익고 싶어서’ 그 밭에 서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