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 너와 나의 온도로 김장을 담그다〉
“소금은 짜지만,
당신 손끝에서 나오는 온도는 따뜻했어요.”
1. 엄마에게서 온 전화 한 통
“윤수야,
이번 주말에 시간 돼? 김장 좀 같이 하자~”
윤수 엄마의 다정한 전화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첫 경험’을 안겼다.
함께 김장하기.
이제 진짜 가족처럼 ‘살아가는 사이’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초대장 같았다.
“괜찮겠어요?”
내가 묻자, 윤수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김치통도 비었잖아요.
올해는, 우리 손으로 채워봐요.”
2. 새벽같이 도착한 시골 마당,
김장 시즌의 냄새
“배추는 어제 다 절여놨어.
오늘은 속 넣고 버무리는 날이야.”
어머니의 말에 따라
우리는 고무장갑을 끼고 마당으로 나섰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김치통에서 올라오는 생강, 마늘, 젓갈 향이
왠지 사람을 안심시켰다.
“괜찮아요?”
윤수가 속삭이듯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낯설지만…
왠지 따뜻해요.”
3. 배추 한 포기, 한 포기에 담긴 정성
고춧가루, 찹쌀풀, 다진 마늘, 생강, 새우젓, 액젓…
우리가 만들었던 어떤 음식보다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한 김장.
“이건 요리가 아니라,
거의 예술인데요?”
내 말에 어머니가 웃으셨다.
“그래.
김장은 손맛도 필요하지만
‘마음 맛’도 있어야 해.”
그 말이
왠지 오늘의 주제 같았다.
4. 그날, 우리는 배추를 버무리며
서로의 ‘다름’을 다시 알아갔다
“조금 짜게 하는 게 맛있지 않아요?”
“아니, 난 달달한 쪽이 더 좋아요.”
우리는 고춧가루 배합부터 간 맞추기까지
작은 의견 차이를 계속 내며
묘하게 웃긴 실랑이를 벌였다.
“어쩔 수 없네.
우린 섞여야 하니까.”
“그러게요.
짜고 단맛이 만나서,
결국 김치가 되는 거죠.”
윤수와 나는 서로의 장갑 낀 손등을 툭 쳤다.
사랑도 그렇겠지.
짜고 달고 맵고…
결국엔, 함께 익어가는 맛.
5. 당신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도
“와, 이 배추 속 진짜 잘 채웠다.
딱 윤수 씨 스타일이에요.
꼼꼼하고 단단하게.”
“그럼 당신은요?
배추에 소복소복 정성 들이느라,
양념이 더 따뜻해졌어요.”
우리는 배추를 반으로 갈라
속을 채우며,
사람 사이의 온기도 그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그건 손이 아니라
마음으로 버무리는 작업 같았다.
6. 점심상에서 터진 이야기
– “내가 윤수 김치에 중독돼서, 같이 사는 거예요.”
어머니가 웃으시며 물으셨다.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잘 맞는다고 생각해?”
윤수가 말없이 내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처음엔 그냥 잘 맞는 줄 알았어요.
근데 지금은…
그냥, 서로 맞춰가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요,”
내가 말을 이었다.
“윤수 씨가 만든 김치가
생각보다 오래오래 익는 편이에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까 맛이 진해졌어요.
저… 그 맛에 중독돼서
같이 살게 된 것 같아요.”
온 가족이 웃었다.
그 웃음 사이로
나는 윤수 손을 슬쩍 잡았다.
7. 김장 마치고 돌아오는 길,
트렁크엔 김치, 마음엔 온기
김장 담근 김치통 2개를
우리 차 뒷좌석에 싣고 돌아오는 길.
윤수가 말했다.
“이 김치,
우리 둘만 먹을 생각하니까 기분 묘하죠?”
“응.
배추 한 포기에
우리 감정이 담긴 것 같아서…”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윤수가 말했다.
“이제 진짜 가족 같아요.
같이 김장을 한 사이니까.”
그 말에 나도 대답했다.
“가족은,
함께 무언가를 절여본 사람이잖아요.
우리처럼.”
📍마무리하며 – 사랑도 김치처럼 익어간다
김장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절이고, 버무리고, 기다리고,
그리고 익혀야 한다.
사랑도 똑같다.
좋은 감정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다름을 버무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날 우리는 깨달았다.
사랑은 김치처럼 천천히 익는 것.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깊은 맛이 나는 것.
그리고,
당신과 나는
서로의 온도로
마음을 절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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