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사랑은 뛰는 자의 것! 한강 조깅 데이트의 설렘 기록"

히야121 2025. 6. 18. 00:40

"조깅, 그냥 운동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당신을 만나고부터 달리기가 기다려졌어요."

 

서울의 새벽, 한강은 그 어떤 시간보다 고요하다. 은은한 가로등 불빛 아래 반짝이는 강물, 그리고 그 옆을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도 않으며 각자의 속도로 뛰는 이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었다.

매일 오전 6시, 정확하게 반포대교를 기점으로 시작해 5km를 달리는 여자, 지윤. 늘 그보다 10분 먼저, 같은 경로를 달리며 마지막에 맞은편에서 스쳐 지나가는 남자, 현우.

이야기는, 아주 작고 사소한 마주침에서 시작되었다.


🏃 스쳐가던 눈빛의 기록

처음에는 단순한 눈 인사였다. 반쯤 흐릿한 새벽, 점점 익숙해지는 얼굴.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리듬. 지윤은 어느 순간부터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꼈다.

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없이 스쳐 지나가며 나누던 그 눈빛이 점점 마음에 남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강변엔 평소보다 사람도 적었고, 지윤은 오늘은 못 만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현우의 모습이 보였다. 우비를 입고, 여전히 일정한 페이스로.

지윤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진짜 열심히 하시네요! 비 오는 날도 달리시다니."

처음으로, 말을 건 건 지윤이었다. 현우는 잠깐 멈췄다가, 쑥스럽게 웃었다.

"그러는 지윤 씨는요. 우리 거의 매일 마주쳤는데, 오늘은 제가 먼저 인사드릴게요. 정현우입니다."

비 속, 그들의 인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조깅 후, 커피 한 잔

그날 이후, 두 사람은 함께 뛰기 시작했다. 서로의 호흡에 맞춰 속도를 조절했고, 달리기가 끝나면 근처 한강공원 벤치에 앉아 간단한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지윤은 마케팅 회사의 팀장으로 바쁜 일상 속 틈을 내어 조깅을 했고, 현우는 앱 개발자로 재택근무가 잦았다. 둘은 성격도, 생활 리듬도 달랐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편안하게 느껴졌다.

"지윤 씨, 저 사실은 아침형 인간 아니에요. 근데 지윤 씨 보려고 매일 5시에 일어나요."

"헉, 진짜요? 그럼 저 때문에 고생하신 거예요?"

"아니요. 고생이 아니라... 아침이 기대되는 삶이 됐어요."

서로를 향한 마음은 점점 깊어졌고, 그렇게 사랑은 한강 위를 달리고 있었다.


💬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한강 둔치는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가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따라 양화대교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돗자리를 펴고 일몰을 바라보며 김밥을 먹기도 했다.

지윤은 말이 많지 않지만 따뜻했고, 현우는 장난기 많은 말투로 분위기를 풀었다. 그들의 대화는 날이 갈수록 깊어졌고, 함께한 계절만큼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 예전엔 연애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현우 씨랑 있으면 그냥... 이게 맞는 거구나 싶어요."

"지윤 씨, 나도. 내가 부족한 걸 보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 갈림길

겨울이 시작될 무렵, 현우는 미국 본사로부터 6개월 간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제안받았다. 좋은 기회였지만, 지윤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마음이 복잡해졌다.

"나... 갔다 올게. 그 사이에 우리, 괜찮을까?"

지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변은 이미 찬 바람이 불고 있었고, 두 사람은 말없이 손을 잡았다. 서로를 향한 믿음은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도 함께였다.


📱 멀어진 거리, 가까운 마음

현우는 미국에서 매일 새벽 지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한강 사진 찾아보다가 눈물이 날 뻔했어요. 지윤 씨 그 벤치, 지금은 춥겠죠?"

지윤은 매일 새벽, 혼자 뛰며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때로는 영상통화로 새벽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윤은 회사 내 인사이동으로 지방지사 발령을 받는다. 1년 계약직 형태. 그녀는 고민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 재회

현우가 돌아온 날, 지윤은 이미 서울을 떠난 뒤였다. 그가 한강에서 기다리던 자리에 그녀는 없었다. 하지만 벤치 위에는 종이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현우 씨에게.

우리가 함께했던 새벽은 아직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지금은 멀리 있지만, 우리 마음이 뛰는 방향이 같다 믿어요. 다시, 언젠가, 그 벤치에서 만날 수 있기를.


🚲 오픈 결말의 또 다른 시작

몇 달 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던 현우는 우연히 마주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반포대교 아래, 조깅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하는 그녀.

"지윤 씨...?"

지윤이 천천히 돌아봤다. 그리고 웃었다.

"현우 씨, 또 뛰고 있어요?"

현우는 숨을 고르며 다가갔다. 그 날의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두 사람의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