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짠지처럼 오래 익은 사랑, 그 속에 자란 작은 생명
“아가야, 이곳이 바로 엄마, 아빠가 사랑에 빠졌던 곳이야.”
작은 마늘밭 옆, 흑마늘 라떼 향이 감도는 제주 마농지.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찾은 그곳엔
우리 셋이 된 이야기가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 다시 돌아온, 세 식구의 마농지
아이의 첫 생일을 기념해 떠난 제주 여행.
그 종착지로 우리는
마농지를 선택했다.
한때 둘이서 짠지 한 접시를 나누던 그곳.
지금은 세 사람의 접시 위에
작은 포크가 하나 더 놓였다.
“마농지는 여전하다.”
그가 말했다.
“아니야. 마농지 위에 너랑 나, 그리고 이 아이가 더 얹힌 거야.”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사랑을 몰랐고,
두 번째 왔을 땐 사랑을 붙잡았고,
세 번째는 사랑을 약속했고,
그리고 지금은 사랑의 결과와 함께 이곳에 다시 서 있었다.
🍼 아이의 첫 마농지 – 낯설지만 따뜻한 향기
아이는 아직 마늘 맛을 모르지만,
마농지의 따뜻한 공기와 부드러운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천천히 손가락을 내밀어 마늘밭의 바람을 잡으려는 아이.
의자에 앉혀 놓으면 자꾸 마늘장아찌 쪽으로 기어가려 했다.
그걸 보며
그와 나는 웃었다.
“이 아이도 짠지의 피를 물려받았나 봐.”
마농지에서는 아이를 위한 아기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고,
아기 이유식을 데워달라는 요청에도 친절히 응해주셨다.
마늘 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아이의 젖 냄새, 엄마 손 냄새,
그리고 아빠의 구수한 웃음소리가 뒤섞였다.
☕ 짠지와 흑마늘 라떼, 다시 나누는 커플의 순간
오랜만에 마농지의 시그니처 메뉴를 시켰다.
- 흑마늘 라떼 두 잔
- 짠지 플레이트
- 감자전
- 유자 마카롱 하나는 아이와 나눠 먹기 위해
“처음 이거 마셨을 때는 너무 어색했는데,
이제는 내게 너의 맛 같아.”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짠지를 한 조각 들어 그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
“짭조름한 네 고집, 이제는 사랑스럽기만 해.”
짠지처럼,
우리의 연애는 묵혔고,
결혼은 익었고,
이제는 부모로서의 삶이 서서히 배어가고 있었다.
📸 가족이 된 뒤, 다시 찍는 마농지 포토존
우리 가족은
마농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곳,
마늘밭 사이 좁은 길목 벤치에서 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둘이었고,
결혼식 땐 손을 꼭 잡은 모습이었고,
이번엔
아이를 가운데 두고 함께 웃는 모습이었다.
아이가 초록색 잎을 쥐고 장난치고,
그는 뒷걸음질치며 사진을 찍고,
나는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보다
우리의 웃음소리가 더 컸다.
🧾 짠지 기념품, 이제는 아이 이름으로
마농지에는 여전히
작은 굿즈 코너가 운영 중이었다.
- 흑마늘 꿀청
- 마농지 로고 에코백
- 마늘 짠지 병
- 그리고 새로 생긴 ‘패밀리 에디션 마늘 플레이트’
우리는 아이의 이름을 따서
‘이든이네 짠지’라는 이름으로
기념 라벨을 붙인 짠지를 하나 구매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그 병을 꼭꼭 닫아 냉장고 안에 넣을 것이다.
다음 마농지 여행 때, 다시 열어 먹기 위해.
그게 우리만의 시간 절임 방식이었다.
🐾 아이도 반한 공간, 마농지의 따뜻함
마농지는 아이가 뛰어놀기에도
참 좋은 공간이었다.
- 평평한 마늘밭 옆 산책로
- 넓은 우드 덱 위 테이블
- 아이용 방석, 아기의자, 따뜻한 담요
- 그리고 마농지 주인 할머니의 인사말
“아이 크면 꼭 다시 와요.
우리 짠지 맛보고 컸다고 해야죠.”
그 말에
우리는 절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시간이 흘러도 익어가는 감정
저녁이 되어갈 무렵,
마농지의 마늘 건조장이 부드러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그곳에 앉아
우리는 조용히 아이를 안고,
서로의 손을 다시 잡았다.
“여기서 우리가 처음 만난 게
10년 전쯤이면 어떨까?”
그가 말했다.
“아마 마늘이 아니라 양파였을지도.”
나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그 웃음 끝에,
우리 셋의 그림자가 길게 마늘밭에 드리워졌다.
🧄 마농지, 우리의 가족 앨범 한 페이지
아이에게 언젠가 말해주고 싶다.
“너는 짠지 냄새 나는 곳에서 처음 웃었단다.
그곳은 마늘밭이었고,
엄마 아빠가 사랑에 빠진 곳이었고,
너를 위해 다시 돌아간 곳이었어.”
그리고 언젠가는
아이와 함께 마농지를 또 찾고,
그 아이가 커서 또 누군가와 손을 잡고 이곳을 다시 찾는 날이 오길 바란다.
🌿 마무리하며
사랑은
짠지처럼 절여야 깊고,
마늘처럼 숙성되어야 향기롭다.
그리고 아이는 그 짭조름한 사랑 위에 핀
새로운 감정의 꽃이었다.
마농지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지만,
우리 마음엔
셋이 된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따뜻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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