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수많은 조각들이 있다.
어떤 건 처음부터 딱 들어맞고,
어떤 건 수십 번 끼워봐도 어긋난다.
레고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도,
무수한 조각들이 만들어낸 세상의 한 부분이었다.
📍 Chapter 1. 혼자 떠난 레고월드, 그 속의 아이 같은 나
어릴 적 나는 레고를 참 좋아했다.
조립식 장난감 중에서도 유난히 레고만은
설명서를 따라 하기보다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 작은 조각들이 주는 치유의 힘은 여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레고월드 팝업 전시"**라는 키워드를 보게 되었다.
위치는 성수. 전시 테마는 '상상력의 도시'.
예약을 걸고, 혼자 카메라를 챙겨 조용히 찾아갔다.
"혼자 오셨어요?"
낯선 목소리. 그리고 수줍게 미소 짓던 그 사람.
그게 그와 나의 첫 번째 조각이었다.
🧱 Chapter 2. 조립 테이블, 우리의 공통점이 시작된 곳
전시 공간 중에는 조립 체험존이 있었다.
각자 마음껏 조립할 수 있는 긴 테이블에 앉았을 때,
그는 내 맞은편에 있었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그의 말.
“이거 모듈러 시리즈 아니야? 이 각도면 시청 건물일 수도 있는데…”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혹시 시청 모듈러 2018년판이요? 저도 있어요. 3일 밤새워 조립했었죠.”
그렇게 시작된 대화.
우리는 레고를 사랑하는 어른들이었고,
그건 서로의 공통 언어가 되어주었다.
☕ Chapter 3. 전시 끝나고, 카페로 이어진 대화의 조각들
“여기 끝나고 시간 괜찮으면, 근처 카페라도…”
누가 먼저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우리는 곧 성수의 조용한 카페에서
레고 브릭보다 더 세밀하게,
서로의 조각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그가 꺼낸 조각은
- 퇴근 후 레고 조립을 하는 버릇
- 한동안 연애를 멀리했던 이유
- 취미를 이해받고 싶은 마음
내가 꺼낸 조각은
- 아버지와의 추억 속 레고
-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시간
- 누군가와 함께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
레고로 성을 쌓듯,
우리 사이에도 벽이 아닌 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Chapter 4. 두 번째 만남, 그의 방에서 열린 작은 레고전
며칠 후,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내 방에 한 번 놀러올래요? 나만의 작은 레고월드가 있어서...”
살짝 긴장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믿고 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 본 그의 방은
작은 전시관 같았다.
- 바닥엔 디오라마 도시
- 책장 위엔 스타워즈 우주선
- 창가엔 오리지널 나이트 킹덤 시리즈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가 나를 위해 새로 조립한 작은 벤치였다.
그리고 벤치 옆에는 둘이 앉아 있는 미니피겨 두 개.
"이건… 나야?"
“응. 네가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만들어봤어.”
💬 Chapter 5. 좀 더 가까워지기 시작한 마음들
그날 이후 우리는
레고를 핑계 삼아 자주 만났다.
- 비오는 날엔 방 안에서 조립
- 따뜻한 날엔 한강 피크닉 후, 미니 조립 세트 개봉
- 기념일엔 서로에게 맞춤 레고를 선물
레고라는 세상 안에서
우리는 점점 진짜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자상했고,
나는 생각보다 많이 웃었다.
🧩 Chapter 6. 하지만, 딱 맞는 조각만 있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언제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레고처럼, 딱 맞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그는 가끔 너무 조심스럽고,
나는 어떤 날은 너무 직설적이었다.
좋아하는 시리즈도 달랐다.
그는 테크닉을 좋아했고,
나는 클래식 시티라인을 좋아했다.
조각이 딱 안 맞을 때마다,
우린 함께 조립을 멈추기도 했다.
말없이 시간을 두고 다시 맞춰보는 법을 배웠다.
사랑도 조립이란 걸 그를 통해 알았다.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꺾이고 기다리면 결국 하나가 되는 그 기적.
🎁 Chapter 7. 그가 준비한 가장 반짝였던 조립
어느 봄날,
그는 말없이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안에는 미니 레고 하우스와 우체통, 그리고 정원이 있었다.
정원엔 진짜 우리의 미니피겨.
그리고 우체통 안엔 작은 카드 한 장.
“우리의 레고월드, 진짜로 함께 만들래?”
프러포즈는 아니었다.
그냥,
같이 살아보자는 제안이었다.
🏠 Chapter 8. 지금, 우리는 조립 중
우리는 지금도 살고 있다.
작은 원룸, 책상 옆엔 아직 조립 중인 디오라마.
퇴근 후 함께 고르고 맞추고 웃고 다투고,
그렇게 우리의 ‘진짜 세계’를 함께 만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조각은
딱 들어맞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
✨ 마무리하며
레고는 완제품이 아니라
'가능성'을 품은 조각이다.
사람도 그렇다.
어쩌면 사랑도 그렇다.
'레고월드'는 잠깐의 전시였지만,
그날 만난 그는 내 인생의 오리지널 조각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조립 중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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