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 비 오는 날, 쿠키가 더 많이 팔렸다〉
“쿠키가 팔린 게 아니라, 마음이 팔렸던 거예요.”
1. 장마 소식과 함께 찾아온 망설임
“이번 주말 플리마켓… 비 온대요.”
그가 핸드폰으로 일기예보를 보여줬어요.
작은 구름 아이콘이 연속으로 뜬 화면.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고였죠.
"우산 들고 쿠키 팔아야 하나…
좀 우울한데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반죽 재료는 이미 다 사놨고,
라벨도 인쇄해뒀는데,
비가 온다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죠.
"자기야…
우리 쉬는 것도 방법인데?"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어요.
"그래도 가자.
어쩌면…
비 오는 날엔 쿠키가 더 잘 팔릴지도 몰라."
2. 비와 함께 문을 연 그날 아침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어요.
우산을 쓰고 짐을 옮기고,
작은 비닐 포장지 위에 물방울이 맺히고,
플리마켓의 사람들은 적었지만
우린 자리를 지켰어요.
“사람이 없으면 어때요.
오늘은 우리가,
우릴 위해 쿠키를 굽는 날이에요.”
그가 내 어깨 위 빗방울을 닦으며 말했어요.
나는 괜히 웃음이 났고,
작은 오븐에 불을 켰어요.
비 오는 날,
그 고소한 마카다미아 쿠키 향은
더 멀리, 더 오래 퍼졌어요.
그리고 그 향은 사람들을 하나둘씩 불러왔어요.
3. 첫 손님, 젖은 어깨와 따뜻한 한 조각
첫 손님은,
젖은 양산을 들고 터덜터덜 걷던
중년의 여성분이셨어요.
"혹시 이거, 따뜻한가요?"
"네, 방금 구운 쿠키예요.
시식해보실래요?"
그녀는 한 조각을 조심스럽게 베어 물더니
잠시 말을 잇지 못했어요.
“이 쿠키…
우리 딸이 어릴 때 만들던 쿠키랑 비슷해요.
얘가 유학 가서 몇 년 째 못 봤거든요.
오늘따라 유독 보고 싶었는데…”
나는 무심코 들은 이야기였지만,
그녀의 말에 순간 목이 메었어요.
"그럼 이 쿠키는…
그리움의 맛이네요."
그녀는 웃으며 쿠키 두 봉지를 샀어요.
“한 봉지는 집에,
한 봉지는… 오늘 회사에 들고 갈래요.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고마워요.”
그녀가 떠난 뒤,
우린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어요.
그리고 동시에 말했죠.
“오늘 와서… 다행이다.”
4. 우산 아래, 연인들도 쿠키를 나눴다
점심 무렵,
커플이 우산 하나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우리 부스를 찾았어요.
“이거 마카다미아 쿠키예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먹었던 쿠키가 이거였거든요.”
그들은 수줍게 웃으며
쿠키를 나눠 먹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작은 종이봉투에
‘행복한 오늘 되세요 :)’
라고 손글씨를 써 넣어드렸어요.
"이런 손글씨, 오랜만에 받아봐요."
"비 오는 날이라 그런가,
기분이 더 촉촉해지네요."
그리고, 그 커플이 떠난 뒤
그가 말했다.
"비 오는 날, 사람 마음이
평소보다 말랑말랑해지는 거 같아요."
"맞아.
쿠키가 더 잘 어울리는 날이기도 하고."
5. 비와 쿠키, 따뜻함을 나누는 방법
오후가 되면서
손님은 조금씩 늘어났고,
우리는 계속 구웠어요.
반죽은 준비해온 양을 모두 쓰고,
포장은 그 자리에서 계속 만들고.
"다 팔리진 않겠지 했는데,
오늘이 제일 잘 팔렸네."
"신기하죠.
햇살 없이도,
쿠키는 팔려요."
"햇살이 없어서,
더 그리워진 건지도 몰라요.
따뜻한 무언가가."
그 말에 나는 잠시
오븐 속 쿠키를 바라봤어요.
부풀어 오르는 반죽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6. 한 아이가 남기고 간 편지
가게가 정리될 즈음,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작은 손으로 쿠키를 하나 사갔어요.
"엄마가 오늘 기분 안 좋대서요.
이거 드리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그 말에 우리는
작은 스티커를 붙여서
‘엄마에게 힘나는 하루 되세요’
라고 메모를 써줬어요.
그리고…
아이를 떠나보낸 후,
우리가 정리할 즈음
작은 쪽지가 하나 부스 옆에 남겨져 있었어요.
“엄마가 쿠키 먹고 웃었어요.
저도 기분 좋아졌어요. 감사합니다.”
그 쪽지를 본 순간,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어요.
그냥… 손을 꼭 잡았어요.
7. 오늘도 쿠키가, 하루를 구웠다
저녁이 되어
비가 조금씩 그치고,
우리는 쿠키가 들어간 상자를 정리하며 말했어요.
“오늘 하루…
어쩌면 우리가 구운 건 쿠키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일지도 몰라요.”
“맞아요.
이 쿠키 안엔,
우리 마음도 조금씩 들어가 있거든요.”
플리마켓은 어느새 조용해졌고
우리는 남은 한 조각을 나눠 먹으며
빗물이 자글자글 고인 바닥을 바라봤어요.
“비 오는 날, 쿠키가 더 많이 팔렸다는 건…
사람들이 따뜻해지고 싶었다는 거겠죠?”
“그리고 우리도…
따뜻해지고 싶었던 하루였고.”
〈제10화〉도 따뜻하게 구워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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