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마카다미아가 맺어준 인연》

히야121 2025. 7. 14. 21:02

 

 

〈제6화 – 예비부부의 첫 싸움, 마카다미아 견과를 고르다〉

“같은 마카다미아라도, 우리가 고른 건 조금씩 달랐던 거죠.”


1. 결혼 준비란, 반지보다 견과류에 먼저 싸우는 일

"자기야, 이거 마카다미아 어때?
하와이산인데, 유기농이래."

그가 마트에서 조심스레 고른
마카다미아 봉지를 내 앞에 내밀었다.

"가격은 좀 비싸도 맛이 고소하고 담백하대."

나는 뭔가 말없이 그 포장지를 바라보다가
슬쩍 고개를 저었다.

"이건… 좀 너무 단단하다고 들었어요.
우리 그때 먹었던 부드러운 거 있잖아요?
그 브랜드가 더 나은 것 같아요."

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아, 그건 원산지가 좀 애매해서…
요즘 결혼 준비하면서
먹는 것도 신경 쓰자며."

그 순간,
작은 불씨가 우리 사이에 툭 떨어졌어요.


2. “이건 그냥 견과류가 아니라, 우리 쿠키잖아요”

"자기야, 난 진짜 단순히 견과류 하나 고른 건데,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요?"

그가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그 웃음이 더 서운했어요.

"이게 단순히 견과류 문제예요?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쿠키잖아요.
그 안에 들어가는 마카다미아가
그냥 재료예요?"

그도 그제야 진지해졌어요.

"나도 알아요.
우리 처음 만났던 날,
쿠키를 나눴던 그 순간.
그때부터 우리 사이에
마카다미아는 그냥 견과가 아니었다는 거."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은 마카다미아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날카로워질 일인가?"


3. 싸움은 견과류에서 시작해, 마음까지 간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건,
조금 더 예민해진다는 뜻이었나 봐요.

살림살이 하나,
신혼집 도배 색깔 하나,
그리고 마카다미아 하나까지도
우리 둘의 ‘다름’을 자꾸 드러내는 거죠.

"자기,
혹시 지금…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결혼 괜찮을까 싶었던 적 있어요?"

나는 조심스레 물었어요.
그도 한참을 말이 없다가,
내 손을 조용히 잡았죠.

"있었어요.
하지만 그게 '결혼을 후회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이 사람이랑 같이 살면
이런 감정들도 나눠야 하겠구나'
그게 현실로 다가왔던 거죠."


4. 마카다미아 한 알의 차이를 이해한다는 것

그날 저녁,
각자 방에서 생각을 정리한 우리는
작은 원형 식탁 앞에 마주 앉았어요.

"나는,
그 브랜드의 마카다미아가
우리 처음 같이 만든 쿠키의 맛이라서
그게 좋아요."

내가 먼저 입을 열었고,
그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는…
그냥 건강 생각해서 고른 거였어요.
너한테도 좋은 걸 해주고 싶어서."

"우리,
다른 걸 바라보고 있었네요.
근데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니죠."

"맞아요.
같은 마카다미아지만,
조금씩 다른 이유로 고른 거였네요."


5. 다시 함께 반죽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

우리는 그날,
서로 고른 마카다미아 견과류를
절반씩 섞었어요.

"둘 다 넣자.
이게… 우리 방식이잖아."

쿠키 반죽 안에 들어간
두 가지 질감의 마카다미아.

하나는 조금 더 바삭하고,
하나는 조금 더 부드럽고.

"이 쿠키는
우리 결혼 준비 과정 같아."

"왜?"

"조금씩 다른 두 재료가
같은 반죽 안에 섞이듯
우리도 그렇게
하나씩 이해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거니까."


6. 싸운 뒤에 더 단단해지는 건, 쿠키만이 아니었다

오븐 속에서 익어가는
쿠키를 바라보며
우리는 손을 잡았어요.

"자기야,
우리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부딪히고, 또 풀고…
계속 그럴 수도 있겠죠?"

"응.
그럴 거야.
근데 우리에겐
쿠키가 있으니까."

"무슨 말이에요?"

"쿠키처럼
다시 반죽하고
다시 굽고
다시 웃는 습관이
우리에게는 생겼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러네.
싸운 후에도,
쿠키는 항상 구워졌었지."


7. 결혼이란, 다른 견과류를 섞어 구워내는 일

결혼은 같은 재료로
같은 맛을 내는 일이 아니라,
다른 맛을 함께 구워내는 일이에요.

우리 둘은
각자 다른 종류의 마카다미아를
고르고, 주장하고,
서운해하고,
결국엔 섞어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처음보다 더 깊고
더 진한 맛이 나는 쿠키를
완성했죠.

쿠키 하나에 담긴 마음처럼,
우리는 서로의 방식도
이해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