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 《번외편 – 아이가 잠든 밤, 둘만의 색으로 돌아가는 시간》

히야121 2025. 7. 8. 22:47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하지?”
“응… 그런데도,
네 옆에 앉으니까 다시 연애하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야.”

아이가 잠든 밤,
우리는 다시 ‘우리’로 돌아갔다.
그 어떤 역할도 필요 없는,
그저 너와 나만 남은 시간 속으로.


1. 하루의 끝, 아이가 잠드는 시간

“드디어 잤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의 방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그가 부엌에서 작은 불을 켜고
와인잔 두 개를 꺼내고 있었다.

“우리… 몇 주 만이지?”

나는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글쎄… 아이가 열나던 날부터였으니까,
두 달은 됐나?”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나 싶었다.

서로를 매일 마주하고 있었지만,
부모라는 역할 속에 갇혀
‘너와 나’로서의 시간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던 것
이다.


2. 엄마와 아빠가 아닌 ‘너’와 ‘나’로 돌아가다

그는 조심스레 내 손등을 쓰다듬었다.

“요즘은,
내가 널 보는 시간이 줄었어.
엄마로만 보게 되는 날들이 많았던 것 같아.”

나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너를…
그냥 아빠이자 동료처럼 생각했던 것 같아.
하지만 오늘은,
다시 너랑 있고 싶어졌어.”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오랜만에 꺼낸
연애 시절의 말투,
손끝의 온기,
눈빛 속 작은 떨림.

모든 것이 새로웠고,
그러면서도 낯설 만큼 익숙했다.


3. 침묵도 편안한 밤, 잊고 있던 감정의 색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무 말 없이 티비도 없이
조용한 음악만 틀었다.

스탠드 조명이
우리의 그림자를 벽에 비췄고,
그 그림자 사이로
한때 연인이었던 우리가 다시 웃고 있었다.

그가 조용히 내 어깨를 감쌌다.

“요즘 널 보면…
가끔 울고 싶을 때가 있어.”

나는 놀라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왜?”

“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깜빡 잊고 지내는 것 같아서.”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미안해…
하지만 알아.
나도 너를 그렇게 사랑하고 있어.”

그 순간,
그 어떤 말보다 따뜻한 색이 우리를 감쌌다.


4.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설레는 중이었다

“기억나?
예전에 비 오는 날엔
우산 하나로 일부러 붙어 걷던 거.”

그의 말에 나는 웃었다.

“그때 일부러 발 맞추려고 걷다
비에 젖은 거 알지?”
“응. 근데 그게 좋았어.”

그 말에
우리는 괜히 동시에 웃었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줄 알았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아이의 깊은 숨결 아래,
조용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가 여전히 설레는 사람이라는 것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알려줬다.


5. 아무도 보지 않는 밤, 나만의 너를 꺼내보다

“요즘 너…
다시 머리 기르고 있더라?”

“응. 너 그 스타일 좋아했잖아.”

“나 아직도 그 머리 좋아해.”

우리는 웃으며
서로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
바뀐 화장품 냄새,
티 안 나는 질투까지.

서로가
다시 '애인'처럼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고
마음을 읽고 있었다.

그건 부모가 되기 전
우리만이 알던
작고 투명한 설렘의 언어였다.


6. 사랑은 결국, 다시 돌아가려는 마음이야

“사랑은 뭐라고 생각해?”

그가 불쑥 물었다.

나는 조금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멀리 와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게 사랑인 것 같아.”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맞아.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도
결국 네 옆에 다시 앉고 싶으니까.
그게 우리인 것 같아.”

우리는 그 말에
다시 조용히 손을 맞잡았다.

아이를 재우고,
부부의 역할을 내려놓고,
그저 연인으로 돌아온 시간.

이 순간이
우리 사랑의 숨통 같은 시간임을
서로 알고 있었다.


7. 에필로그 – 아이가 다시 깨기 전,

우리만의 색을 한 겹 더 덧칠해본다

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 다음엔
아이 맡기고 하루 외박 가자.”

나는 웃으며 물었다.

“하룻밤이면 돼?”
“아니, 이틀.”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따뜻한 이불 속에 나란히 누웠다.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감은 그 순간,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우리의 색은,
아이와 함께 자라지만
둘만의 시간 속에서
더 깊고 진해진다.”

언젠가 이 아이가 자라
다시 우리에게 물을 때가 오겠지.

“엄마 아빠는…
언제까지 사랑했어?”

그때,
우린 이렇게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 너를 재운 그 모든 밤마다,
우린 다시 사랑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