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전 남친 토스트는 블루베리래.”
“푸핫, 왜? 시큼해서?”
“아니. 달콤한데, 끝맛이 좀 쓸쓸하대.”
나는 친구의 말에 피식 웃었다. 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연애를 음식에 비유하기’ 콘텐츠를 자주 보다 보니, 친구들끼리도 무슨 음식이 누구를 닮았는지 떠드는 일이 많아졌다.
“그럼 전 여친 토스트는 뭐야? 잼 종류로 따지면?”
친구는 살짝 고민하더니 말했다.
“복숭아잼…?”
“오. 왜?”
“예쁘고 부드럽고… 자주 먹고 싶은데, 유통기한이 짧아.”
“헐, 그거 진짜 전 여친 같다.”
🍞 “전 남친 토스트는 블루베리라면서요?”
블루베리잼 토스트. 사실 나는 그 음식이 싫지 않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포근한 식빵에, 농축된 새콤달콤함이 흘러넘치는 블루베리잼. 딱 누군가가 내게 해줬던 아침 식사 같았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
그 사람은 아침마다 내게 블루베리잼 토스트를 구워줬다. 버터를 얇게 펴 바르고, 딸기잼도 아닌, 사과잼도 아닌 블루베리. 항상 일정한 두께로. 정성스러웠다.
“전 남친이 요리도 잘했구나?”
“아니, 그게…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 그 토스트였어.”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거지?”
“응. 더는 먹고 싶지 않은데, 가끔… 생각나.”
우린 그런 음식을 기억 속에서 ‘사랑’이라고 부르곤 한다.
🍑 “전 여친은… 복숭아잼 같았대요.”
복숭아잼은 반투명하고 부드러워서, 빛에 비추면 금빛이 돌아.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데, 막상 한 입 먹으면 그 달큰함이 가슴 깊숙이 번져. 그리고 금세 사라져버려.
그런 잼이야. 오래 두면 변질되기 쉽고, 공기 닿으면 색이 바래. 보관도 까다로워서 자주 열어보지 않으면 까먹기 쉬워.
“근데… 진짜 나 같기도 하다?”
“왜? 예쁘고 금방 사라져서?”
“아니. 상하기 쉬워서.”
웃었지만, 내 마음 한 켠엔 서운함이 스쳤다. 사랑이라는 건 유통기한이 있는 건가. 아니면… 우리가 그걸 보관할 줄 몰랐던 걸까.
🍯 “그래도 전 여친 토스트는… 꿀도 조금 묻혀야 해.”
“왜?”
“복숭아잼만으론 무르기만 하니까. 꿀이 있어야 균형 잡히지.”
그 말에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전 여친들은 대부분 꿀 같은 순간을 주거든. 이불에 둘이 누워서 아무 말 없이 숨결만 들을 때. 창밖 비 오는 날, 같이 귤 까먹으며 넷플릭스 틀어놓을 때. 그런 사소한 행복이… 꿀이었지.”
사랑은 그렇게 복숭아잼과 꿀이 섞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거였다. 지나고 나니 알겠다. 그땐 너무 달기만 한 줄 알았는데, 그 ‘달달함’이 우리를 살게 했던 거라는 걸.
☕ “그럼 커피는?”
“어떤 커피?”
“전 남친 토스트엔 진한 아메리카노, 전 여친 토스트엔 따뜻한 라떼?”
“어. 전 여친 라떼는 거품도 많고, 따뜻하지. 근데 마시다 보면 식어.”
“그래서… 마시고 나면 속이 허해.”
우리는 말을 멈췄다. 서로 떠올리는 사람이 달랐을 텐데,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이 텅 비는, 달콤한 끝의 공허함.
📖 우리의 토스트, 그리고 끝나지 않은 식사
“그럼 너한테 전 남친 토스트는 어떤 음식으로 남아?”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어떤 날은 내가 구워먹고, 어떤 날은 쳐다보기도 싫은 음식.”
“왜?”
“너무 익숙해서. 입에 붙었는데… 속이 쓰릴 때가 많거든.”
사랑도 그렇다. 익숙해서 쉽게 꺼내 먹지만, 너무 자주 먹으면 질리거나 탈이 나. 그리고, 그게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던 경우도 많아.
📸 블로그 포인트 컷 (사진 제안)
- 블루베리 잼 바른 토스트 접사 컷
- 유리병에 든 복숭아잼과 버터 나이프
- 라떼 위에 잔잔히 녹아드는 거품 사진
- 반쯤 먹다 남긴 토스트와 창밖을 바라보는 풍경 컷
- 노트북 옆에 놓인 커피잔과 잼병, 혼자 있는 테이블
이 모든 사진들이, 어쩌면 '누구와 함께였던 순간'을 되새김질하는 추억의 파편이 될지도 모른다.
🍽️ “그래서 결론은?”
“전 남친 토스트는 블루베리. 달콤하지만 약간 쓰고, 정성스럽게 구워줬던… 기억의 토스트.”
“전 여친 토스트는 복숭아잼. 부드럽고 예뻤지만, 상하기 쉬워서 조심히 다뤘어야 했던… 잼 같은 사람.”
“그리고 그 둘은… 다신 식탁에 함께 올라오진 않겠지?”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어느 날, 문득. 누가 내게 다시 블루베리잼 토스트를 건넨다면.
혹은 복숭아잼과 꿀을 조심스럽게 바른 토스트를 내밀어 준다면.
나는 웃으면서 받을 수 있을까?
혹은, 이렇게 말할지도.
“그거… 그 사람이 제일 좋아했던 조합인데.”
📌 마무리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억은 참 묘하다. 어떤 날은 향기로 다가오고, 어떤 날은 쓰디쓴 뒷맛으로 남는다.
블루베리든 복숭아든, 잼이었든 꿀이었든, 우리 모두의 사랑은 토스트 한 장 위에 살며시 올려진 감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은…
어떤 잼을 기억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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