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여름하면 뭐다? 마라룽샤에 맥주 한잔》2화 – 여름이 끝나기 전, 같이 훠궈 먹자고 고백한 날

히야121 2025. 6. 26. 18:49

 

 

“나는 너랑 훠궈 먹고 싶어.
오늘 말고,
여름 끝나기 전에 한 번,
그리고 겨울에도 계속.”
– 그 사람, 고백이란 말 대신 건넨 한 끼의 제안


1. 그렇게 여름이 익어갔다

마라룽샤로 시작된 우리의 여름은
정말 뜨겁고,
매콤하고,
지독히도 ‘사람 맛’ 났다.

소주잔보다는 맥주잔이 익숙해졌고,
한밤의 야외 테이블이 우리만의 영화관 같았다.

“이번 여름은 이상하게 길게 느껴진다.”
“나도. 누군가랑 여름을 같이 보내는 게 처음이라 그런가?”

여름은 마치 우리 관계 같았다.
불쑥 시작됐고,
예상보다 길었고,
끝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움이 커졌다.


2. “혹시… 훠궈 좋아해요?”

7월 말.
강변북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그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훠궈 좋아해요?”
“완전 좋아하죠. 왜요?”
“아… 아니 그냥.
여름이 끝나기 전에 같이 먹을 사람…
너였으면 해서요.”

그 말이 뭐랄까,
너무 따뜻해서
나는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훅 들어왔고,
마치 그 안에
누군가의 진심이 실려 있는 것 같았다.


3. 고백은 늘 이상한 방식으로 온다

사람마다 고백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꽃을 들고,
누군가는 손편지를 쓰고,
누군가는 ‘우리 뭐야?’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 사람은 훠궈로 고백했다.

“나랑 훠궈 먹어요.
여름이 끝나기 전에.
그냥 한 번쯤,
아무 말 없이 국물에 재료 하나씩 넣고,
그렇게 눈 마주치면서.”

그 말을 들은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웃었다.

그게 좋았고,
그게 나 같았고,
그게 우리였다.


4. 훠궈집 예약하기, 사랑을 정하는 속도

며칠 뒤,
나는 용산에 있는 훠궈집을 예약했다.
우리 사이가 어떤 건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불 맛 나는 국물에,
나랑 같이 익어가보자”
는 뜻으로.

그날의 메시지.

📱
[To. 그 사람]
이번 주 금요일, 7시. 용산 훠궈.
자리 2인, 조용한 쪽으로 예약했어요.
이 날은, 우리만 이야기해요.


5. 훠궈 앞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그 전까지는 포차,
혹은 야외 벤치,
가끔은 편의점 테이블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제대로 된 식탁이었고,
우리는 제대로 된 고백을 준비한 듯 보였다.

“오늘따라 국물도 조용하네요.”
“응. 우리가 긴장해서 그런가?”

셀러리, 백목이버섯, 소고기, 칼국수면…
하나하나 조심스레 넣고
익어가는 걸 함께 기다리는 사이.

“이거… 약간 우리 사이 같다.”
“어떻게요?”
“뜨겁고, 맵고,
같이 익어가는 중.”


6. 여름의 마지막 날, 말없이 손을 잡다

훠궈집 유리창 너머로
해가 천천히 졌다.

밖은 아직 덥지만
어디선가 가을의 그림자가 스며든 느낌.

“이제 곧 여름도 끝나네요.”
“응… 그래서 말인데,
나랑 가을도 보내볼래요?”

그 말이
그 사람의 두 번째 고백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의 손을 잡았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계절의 온도처럼.


7. 고백보다 더 고백 같은 말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길,
우리는 도란도란 걸었다.

“고백은 안 했지만,
이제 우리 사귀는 거죠?”
“훠궈 먹었잖아요.”
“아, 그게 기준이었어요?”
“마라룽샤로 시작하고,
훠궈로 이어진 관계니까요.”

서툴지만 정확했고,
말장난 같지만 진심이었다.


8. 사랑은 국물처럼 깊어진다

훠궈는 국물이 진해질수록 맛이 깊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관계도
하루하루 쌓이며 그렇게 진해졌다.

그 이후 우리는
매 계절마다 한번쯤
훠궈집에 갔다.

“오늘은 매운맛으로 할까?”
“아니, 오늘은 맑은 육수로 우리 좀 식히자.”

사랑은 그런 거다.
같이 먹고,
같이 덜어주고,
같이 국물 진하게 우려내는 일.


💌 여름이 끝날 때쯤,

우리는 진짜로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름에 시작된 사랑이
쉽게 끝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마라룽샤로 시작했고,
훠궈로 이어졌고,
그 뜨거운 국물 속에서 진심을 우렸다.

지금도 가끔
누군가 “고백은 어떻게 했어요?”라고 물으면

나는 웃으며 말한다.

“훠궈 먹자고 했어요.
그리고 그게 전부였어요.”

그 사람은 내 옆에서 말한다.

“내가 건넨 그 훠궈,
내 마음 다 넣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