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고양이카페에서 시작된 인연] 털복숭이들 사이에서 만난 사랑

히야121 2025. 6. 18. 17:17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른다.
누군가는 도서관에서, 누군가는 회사 회의실에서.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털복숭이들이 모인 고양이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생각해보면 좀 웃긴 인연이다.
고양이를 보러 갔다가, 사람한테 반해버렸으니까.


고양이 좋아하세요?

그날은 유난히 지쳤던 하루였다.
회의는 길고, 팀장은 잔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다.
딱 그날따라, 뭔가 위로가 필요했달까?

퇴근길, 무작정 골목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간판 하나.
‘고양이와 커피 한 잔’
익숙한 카페 브랜드도 아니고, 위치도 애매했는데…
괜히 마음이 끌렸다.

“냥~”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반겼고,
순간 그 애정 가득한 눈망울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버렸다.

그리고…
고양이 옆 테이블, 한 여자.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무릎 위에 고양이를 올려놓고 있었다.
눈웃음이 참 예뻤다.
고양이도 좋았지만… 왠지 그녀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이 아이는 이름이 뭐예요?”

내가 자리를 잡고 앉자, 어느새 그녀가 다가왔다.

“처음 오셨어요?”
“네… 티가 나죠?”
“조금요, 애들이 낯가림 좀 있어서요. 저 아이는 ‘감자’예요.”

그녀는 카페 직원도, 사장도 아니었다.
그냥 단골.
하지만 고양이들이 그녀에게 다들 애교를 부리는 걸 보니,
그녀는 이곳의 고양이 여왕님 같은 존재였다.

“감자… 귀엽네요.”
“얘는 특히 츤데레예요. 처음엔 시큰둥한데, 나중엔 무릎 위에서 안 내려와요.”

그녀와의 대화는 고양이로 시작됐지만,
점점 고양이보다 그녀를 더 자주 바라보게 됐다.


첫 만남은 우연, 두 번째는 의도

솔직히 말하자면,
그날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그녀 얼굴이 떠올랐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니.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
나는 아무 일 없는 척 다시 그 카페를 찾았다.

“오! 또 오셨어요?”
그녀가 반갑게 인사했다.
그 말에 괜히 가슴이 두근했다.

“감자가 너무 그리워서요.”
“어머, 감자한테 반했구나~”
“아니요… 감자도요.”
“…?”

그녀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웃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커피 두 잔을 앞에 두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좋아하는 고양이 품종, 다녀온 동물 카페,
고양이 밈으로 시작해서, MBTI까지.
시간이 순삭이란 말을 처음 느껴본 날이었다.


고양이보다 네가 좋아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방문이 이어졌다.
이제는 ‘감자’가 내 무릎 위에서 잠들고,
그녀는 내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카페 직원들도 우리를 알아보고,
어느 날은 사장님이 농담처럼 이랬다.

“둘이 데이트하러 온 거예요, 아니면 감자 보러 온 거예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둘 다요~”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나는 그녀에게 빠지고 있었다.


고백은 고양이들 앞에서

고백을 안 하고는 못 버틸 것 같던 날.
그녀와 카페에서 만난 지 석 달쯤 되었을 때였다.

그날도 감자가 내 무릎에 누워 있었고,
그녀는 내 앞에서 라떼를 마시며 웃고 있었다.
카페 안은 조용했고, 햇살이 따뜻했다.

“예지야.”
“응?”
“…사실, 고양이보다 너 보러 오는 날이 더 많아.”

그녀가 나를 빤히 보더니,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나도 알아.
그래서… 나도 요즘 감자보다 네가 더 좋아.”

그 순간, 감자가 야옹하고 울었고
우리는 동시에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됐다.


고양이가 맺어준 인연

연인이 된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 카페를 찾았다.
매주 한 번은 꼭 ‘감자네 집’을 들렀다.
감자는 여전히 우리 무릎 위를 번갈아가며 점령했고,
우리는 그런 평범한 하루하루가 좋았다.

고양이 털이 묻은 옷,
고양이 발톱에 긁힌 손등,
고양이 간식 때문에 다툰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린 안다.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거라는 걸.


지금은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지금은 어떠냐고요?
우리는 1년째 연애 중이고,
같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 집엔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어요.

한 마리는 고양이 카페에서 입양한 ‘감자’
또 한 마리는 우리가 함께 키우기로 한 ‘밤톨이’

가끔 그녀가 말해요.
“넌 고양이카페 데려가길 잘했어.
아니, 감자가 우리 맺어준 중매쟁이야.”

맞아요.
내 인생 최고의 ‘데이트 장소 추천’은
고양이 카페예요.


당신도 사랑이 필요한 날엔 고양이를 만나세요

지친 하루, 외로운 저녁,
뭔가 말없이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그냥… 고양이 한 마리 보러 가보세요.

말도 없이 다가와 무릎 위에 앉는 고양이,
낯선 사람과 나누는 짧은 대화,
그 안에 작은 인연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시작됐어요.
그리고 지금도 함께 고양이 털에 파묻혀
서로를 더 사랑하고 있어요.


🐾 오늘의 소소한 묻고 답하기

📌 Q. 고양이카페, 혼자 가도 되나요?
A. 네! 정말 혼자 오는 분 많아요. 오히려 조용히 고양이와 교감할 수 있어서 좋아요.

📌 Q. 데이트 장소로 어때요?
A. 최고죠! 대화도 잘 되고, 고양이 덕분에 어색함도 줄고, 사진도 예쁘게 찍혀요.

📌 Q. 인연을 만들고 싶다면?
A. 억지로는 안 돼요. 하지만 마음을 열면, 고양이도, 사람도 알아봐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