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껍질 뜯는 소리 말고, 너랑 나눠 먹는 소리가 좋아.”
1. 초대, 그건 작고 따뜻한 용기였어요
"이번 주말엔 뭐 해요?"
그가 물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편의점에서 마카다미아 쿠키 하나씩을 들고 나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가을바람이 제법 서늘하게 불어오는 오후였고,
나는 손에 쥔 따뜻한 두유에서 놓고 싶지 않은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주말이요? 뭐… 집에서 밀린 빨래 좀 하고, 청소하고. 그냥요."
"그럼… 저희 집에 와서 같이 청소해요."
"네?"
"아니, 아니에요. 그 말이 아니라요.
그냥… 음… 이번 주엔 쿠키를 우리 집에서 나눠 먹으면 어떨까 해서요."
그 말에, 내 두유가 조금 더 뜨겁게 느껴졌다.
심장이, 조금 더.
2. 마카다미아 쿠키가 접시에 담기면
그의 집은 예상보다 더 단정했다.
책이 정리된 선반, 푹신한 소파, 따뜻한 간접조명.
그리고 제일 놀라웠던 건 주방 서랍을 열었을 때였다.
"어머, 이건 뭐예요? 진짜 쿠키 가게에요?"
"아, 그게… 저… 마카다미아 쿠키를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종류별로 사봤어요. 어떤 게 제일 맛있나 비교해보려고."
"혼자서 이걸 다 비교해봤다고요?"
"아니요, 이제 둘이서 하면 되잖아요."
그의 그 한마디가
쿠키보다 더 달았다.
나는 그가 조심스럽게 꺼낸
다양한 브랜드의 마카다미아 쿠키들을
작은 접시에 옮겨 담는 모습을 바라봤다.
"이건 좀 바삭하고요, 이건 쫀득한 편이에요.
이건… 음, 그날 나눠 먹었던 거랑 비슷해요."
"그날… 그날이 언제예요?"
"처음 본 날이요.
제가 쿠키를 내밀었던 그날."
그날이라니.
그는 참,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구나.
그리고 따뜻한 사람이구나.
3. 초콜릿 칩 하나만큼의 거리
그날은 이상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둘만이 있으니,
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이거요, 여기 초콜릿 칩 많죠?
전 이런 쿠키가 좋아요. 당첨된 기분이잖아요."
"그럼 이건요? 마카다미아가 진짜 왕만 한데요."
"그건… 아껴 먹어야죠. 뭔가 나누는 맛이 있어요."
"그럼 그건 내가 먹고… 이건 너 주고…"
"그래요. 나눠 먹어요. 초콜릿도, 마카다미아도,
그리고 이 순간도."
나는 그가 내민 쿠키를 입에 넣으며
작게 웃었다.
우리 사이, 그날은 초콜릿 칩 하나만큼 가까워진 날이었다.
4. 집이라는 공간에 너를 들인다는 건
그의 냉장고 앞에서 서성였다.
"물 마셔도 돼요?"
"물론이죠. 여긴 이제 너도 자주 올 공간인데."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괜히 내가 쭈뼛했다.
"그렇게 쉽게 허락해도 돼요?
자주 오면, 나중엔 귀찮을 수도 있어요."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요.
귀찮아져도, 쿠키처럼 다시 꺼내서
조금 데우면 또 따뜻해질 테니까요."
나는 그가 열어준 컵에 물을 마시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랑은 이런 거구나.
조심스레 꺼내어,
한입 베어물고,
따뜻하게 나눠주는 일.
5. 안녕히 가세요, 대신 "다음엔 뭐 먹을까요?"
그날 우리는 몇 시간이나 쿠키를 나눠 먹었는지 모른다.
끝없는 수다, 중간중간 껴안고 웃는 순간들.
TV 소리도 꺼버린 채
그저 그 사람의 말과 숨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기 전,
나는 무심코 물었다.
"그럼 다음엔… 뭐 먹어요?"
그가 싱긋 웃었다.
"다음엔… 쿠키 말고 직접 구워볼까요?"
"직접이요?
마카다미아 쿠키를?"
"응. 같이 반죽하고, 굽고,
부스러기까지 나눠 먹고."
아, 이건…
연애다.
진짜로 시작됐구나.
6. 우리 사이엔 늘 쿠키가 있어요
지금도 가끔
그날 집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첫사랑 같았던 조심스러운 떨림,
손등에 살짝 닿은 따뜻한 체온,
그 사람 집에 깔려있던 바닐라 향기.
그리고 마카다미아 쿠키의 고소한 부스러기들.
"그때 말이에요."
어느 날 내가 물었다.
"그날 나 초대한 거, 많이 고민했어요?"
"사실은요…
쿠키가 너무 많아서요.
정리할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건, 거짓말이죠?"
"응.
정리할 마음이 필요했어요.
너로, 정리하고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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