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울산 큰애기와 서울 삼돌이》4화 – 같이 살게 된 첫날, 된장찌개에 숨겨진 진심

히야121 2025. 7. 3. 22:59

 

 

“울산식으로 끓였다고?… 오빠는 짜다, 근데 좋다”


1. “드디어 오늘, 같은 집 같은 공기”

“오빠, 이삿짐 다 풀었제?”
“응… 겨우. 내 책 많다 했지?”
“내는 보자마자 후회했다. 이 인간이랑 같이 살면 청소 두 배 되겠구나 싶어서.”
서울 삼돌이와 울산 큰애기,
드디어 ‘함께 사는’ 날이 왔다.
장거리 연애 2년,
울산과 서울을 오가던 두 사람은
울산 바닷가 근처 작은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거실엔 아직 박스가 어수선했고,
주방엔 그릇이 반도 안 풀렸다.
하지만 둘의 마음만큼은 정돈돼 있었다.

“같이 사는 거 실감나?”
“그릇은 안 풀렸는데, 니 냄새가 나니까 집 같다.”


2. “오늘 저녁은 내가 끓인다, 울산식 된장찌개!”

“오빠, 저녁은 뭐 묵고 싶노?”
“음… 집밥 느낌 나는 거?”
“그럼 된장찌개 끓인다. 울산 스타일로.”
큰애기는 장을 보러 나갔다.
두부, 감자, 호박, 청양고추, 그리고 손맛.
서울 삼돌이는 주방 구석에서 눈치를 보며 물었다.

“된장찌개는… 뭐가 울산 스타일이야?”

“일단 짜야지. 그리고 마늘은 한 큰술, 청양고추는 두 개.
요건 약도 되고, 해장도 되고, 정서 치료제다.”

삼돌이는 그녀가 된장 한 숟갈 푹 떠서 넣는 걸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많이 넣는다고?”
“된장은 듬뿍 넣어야 맛이 난다 아이가.”


3. “국물이… 쌔다”

드디어 식탁에 올라온 울산식 된장찌개.
“오빠, 먹어봐라. 뜨거우니까 후~ 하고.”
한 숟갈 뜬 삼돌이는
표정이 아주 미묘하게 변했다.
“음… 짭짤하네.”
“그치? 내가 약간 쌘 걸 좋아하거든.”
“…이건 약간 소금에 밥 말아먹는 기분인데.”
“와… 진짜 맛없나?”
삼돌이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 맛은 있어.
근데 서울 된장찌개는 좀 연하거든.”

“서울은 뭐든 연하더라. 말도, 음식도, 감정도.”

그 말에,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4. “그래도 니가 끓여줘서, 나는 좋다”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오빠는 짜지?
근데 나는, 너는 좀 더 짰으면 좋겠어.”
“…무슨 말이야?”
“니는 너무 싱겁다. 감정도, 표현도, 화도 안 내고.”
“그래서 내가 밋밋해?”
“아니. 그래서 너한테 더 마음이 간다.”
삼돌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짠 된장찌개는
사실,
사랑을 배고파하는 사람의 맛이었다.


5. “같이 사는 건, 짠맛과 싱거움을 조절하는 일”

그날 밤,
삼돌이는 혼자 싱크대 앞에 서서
그녀가 끓인 된장찌개를 조금 덜어내
물을 부어봤다.
조심조심, 국자를 저으며 혼잣말을 한다.

“같이 산다는 건, 입맛도 맞춰가는 거겠지…”

“내가 너무 연했나?
조금은 쎄도 괜찮은데…”

그때 그녀가 뒤에서 말했다.
“오빠, 뭐하노?”
“…조금만 연하게 해보려고.”
“됐어. 내일은 내가 오빠 입맛 맞춰줄게.”
그리고 그날 밤,
된장찌개를 덥히며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서로의 숟가락에
자기 된장국을 떠주었다.


6. “진짜 동거는, 된장찌개에서 시작됐다”

이삿날보다,
짐 다 푸는 날보다,
진짜 같이 산다고 느낀 건
짠맛을 싱겁게,
싱거운 걸 짭짤하게,
서로의 방식대로 바꿔보려 애썼던 그날 저녁이었다.
서울 삼돌이는 이제 된장찌개에서
울산 큰애기의 온도를 읽는다.
그녀가 청양고추를 더 많이 넣으면
그날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된장이 묽으면
그녀가 피곤한 날.
그는 말한다.

“너의 짠맛이, 나한테는 이제 익숙해졌어.”

“그리고 너 없으면, 이 집 국물이 안 나.”


✨ 에필로그

된장찌개는 하나의 밥상이지만,
우리에게는 하나의 대화였다.
서로의 다름을
맛으로 배워가는 일.
그것이 동거고,
그것이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