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 “가족 피아노 콘서트,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아빠, 엄마, 우리 이 무대에서 쳐볼래요?”
“서윤아… 여긴 공연장이 아니야.”
“괜찮아. 사람들 그냥 책 보러 온 거잖아.
오히려 그래서 더 좋을지도 몰라.”
📚 어느 마을, 조용한 도서관
주말 오후,
우리는 서울을 벗어나 조용한 마을로 드라이브를 갔다.
한적한 산골 마을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냥 책 좀 보러, 산책 겸 들른 곳.
도서관은 2층짜리 작은 건물이었다.
향기 나는 나무 바닥,
햇살이 드는 창,
그리고 책장 사이에 피아노가 하나 놓여 있었다.
“헉… 피아노 있다.”
서윤이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엄마, 아빠, 나 저기 쳐보고 싶어요.”
🎹 조용한 공간, 느긋한 선율
도서관엔 손님이 많지 않았다.
책 읽는 두 어르신과,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 한 쌍.
그리고 조용히 피아노 앞에 앉은 우리 셋.
처음엔 서윤이 혼자
‘인어공주 ost’를 살짝 연주했고,
그 소리에 고개 돌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었다.
“서윤아, 작게 치자.”
“응~ 도서관이니까 조심할게요.”
그런데 그 순간,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 예상 밖의 제안
“혹시 가족이세요?”
“네, 아빠랑 딸이고… 이쪽은 엄마예요.”
“와… 아까 연주 너무 좋았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짧게 연주 한 곡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도서관 오늘 ‘마음 쉬는 음악 시간’이라, 신청곡 틀어놓으려 했거든요.”
우리는 잠시 당황했다.
“저희는 연주자도 아니고요… 그냥 가족인데…”
그러자 서윤이가 말했다.
“우리, 셋이서 한번 쳐볼래요?
비 오는 날처럼.
이번엔 사람들이 듣는 거지만… 괜찮을 것 같아.”
🎼 가족 피아노, 첫 무대에 서다
도서관에서는
작은 안내 방송이 흘렀고,
테이블마다 있던 사람들이 조용히 피아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는 마주 보며 작게 웃었다.
“그럼, 우리가 만든 곡으로 하자.”
“‘엄마의 하루 끝에 듣는 노래’?”
“응.
오늘은 ‘모두의 하루 끝에 듣는 노래’로 바꾸자.”
엄마는 조용히 손을 올렸다.
도, 미, 솔.
그 단순한 화음이
우리 가족을 하나로 연결해줬던 소리.
🎶 연주가 흐르다
서윤이의 오른손이 부드럽게 멜로디를 시작했다.
아빠는 낮은 코드로 흐름을 만들고,
엄마는 도미솔을 반복하며 따뜻함을 더했다.
피아노 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도서관 안 공기는 조용히 진동했다.
책을 읽던 사람들이 페이지를 넘기던 손을 멈췄고,
아이 엄마는 아이를 무릎에 올려
작은 속삭임으로 말했다.
“잘 들어봐. 이게… 가족이야.”
💬 연주 후 박수
짧은 연주가 끝나고,
누구랄 것도 없이
작은 박수가 퍼져 나왔다.
크지 않았지만,
온기가 있었다.
서윤이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이에요.”
사서 선생님은 손을 모으며 말했다.
“아까보다 도서관이 더 따뜻해졌어요.
음악이… 사람 마음을 참 편하게 하네요.”
☕ 그날의 따뜻한 기억
연주가 끝나고,
도서관 구석에 마련된 작은 카페 코너에서
우리는 핫초코와 커피를 마셨다.
“아빠, 우리 진짜 무대에 선 거야?”
“응. 우리끼리 만든 무대지만, 진짜였어.”
“근데… 엄마가 제일 멋있었어요.”
“왜?”
“처음엔 아무 소리도 안 내던 엄마 손이,
마지막엔 제일 따뜻했어.”
엄마는 조용히 웃으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 서윤이의 작곡노트
그날 밤, 서윤이의 노트엔
이런 기록이 남았다.
그리고, 아빠가 옆에 덧붙였다.
“우리 가족은 음악으로 여행하는 사람들 같아.
어디서든, 피아노 한 대면 충분해.”
🕯️ 에필로그
며칠 뒤, 도서관 블로그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오늘의 피아노 연주 – ‘가족의 멜로디’》
뜻밖의 방문객.
작은 무대 위에 선 세 사람의 손끝이
도서관 안 모든 사람의 마음에,
아주 작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우리는 잊지 않을 겁니다.
비 오는 날, 조용한 도서관에서
들려온 ‘가족의 목소리 없는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