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아빠는 재즈, 딸은 디즈니》(8)

히야121 2025. 7. 2. 18:58

 

8화 – “나는 커서 어떤 음악가가 될까?”: 미래를 말하는 아이와 듣는 아빠

“아빠, 나는 커서 어떤 음악가가 될까?”
“음…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데?”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냥, 음악이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그럼 그게 이미 음악가야.”


🌙 늦은 밤, 침대맡 대화

잠자기 전, 서윤이가 이불 속에서 툭 던졌다.

“아빠… 나 커서 어떤 음악가가 될까?”

나는 책을 덮고 딸을 바라봤다.
서윤이는 천장을 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

“…그냥 오늘 학교에서 ‘커서 되고 싶은 사람’ 말하는 시간 있었거든.
근데 애들이 다 ‘과학자’, ‘유튜버’, ‘치과의사’ 이런 말 할 때…
나는 그냥 ‘음악가’ 하고 싶다고 말했어.”

“잘했네.”

“근데, 선생님이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가?’라고 묻더라고.
그땐… 대답을 못했어.”


🎵 '음악가'의 정의는 뭘까?

“아빠, 음악가는 꼭 작곡도 하고, 연주도 잘해야 해?”

“음… 그럴 수도 있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냐.”

“그럼 뭐야? 음악가라는 거.”

나는 가만히 딸 옆에 누워,
천장 대신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음악가라는 건 말이지…
‘음악이 자기 인생 안에서 자라고,
그 음악으로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그게 음악가라고 생각해.”

“…노래 잘 부르지 않아도?”

“응. 네가 만든 짧은 30초짜리 곡이 누군가를 울렸잖아.
그게 음악가의 시작이야.”

“…그럼 나, 이미 음악가인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 아빠의 커피와, 아이의 진심

다음 날 아침.
아빠는 커피를 내리고, 딸은 토스트를 굽고 있었다.

“아빠, 근데 나… 유명한 음악가는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왜 그런 생각을 해?”

“음… 요즘엔 음악보다 영상이 더 인기잖아.
사람들은 음악 들을 시간보다 영상 볼 시간이 많대.”

나는 컵에 커피를 따르며 말했다.

“그래서 더 음악이 필요한 시대일 수도 있어.”

“…왜?”

“눈이 피곤할 때, 귀가 대신 쉬게 해주는 게 음악이잖아.
그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

딸은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 그런 음악 하고 싶어.
누구 힘들 때 그냥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음악.”


🎶 그날 오후, ‘꿈’을 적은 노트

딸의 작곡 노트 맨 뒤 페이지.
서윤이는 그날 이렇게 적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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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고 싶은 음악가〉 - 누가 슬플 때 같이 있어주는 음악 - 내가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음악 - 연습보다 상상이 많은 음악 - 악보보다 귀가 먼저인 음악 - 유명하지 않아도, 나를 닮은 음악

나는 그걸 보고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 아래에 작게 덧붙였다.

“그 음악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 부녀의 저녁 산책 대화

“아빠는 어릴 때 어떤 음악가 되고 싶었어?”

“…엄청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
사람들 다 내 이름 아는 그런 사람.”

“그럼 지금은?”

“…지금은 그냥, 서윤이랑 매일 피아노 칠 수 있는 사람.”

“그건 음악가야?”

“응. 완벽한 음악가지.”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 아빠의 속마음

나는 서윤이가 음악가가 된다고 해서
꼭 무대에 서거나, 앨범을 내거나, 유명해지길 바라진 않는다.

그저 음악이,
딸에게 **“도망치고 싶을 때 숨어드는 따뜻한 구석”**이 되기를 바란다.

서윤이가 사람을 위해 만든 음악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게 아빠로서, 내가 바라는 전부였다.


📖 에필로그

그날 밤, 딸은 이불 속에서 다시 속삭였다.

“아빠,
내가 언젠가 무대에서 연주하게 되면
처음 관객은 아빠야. 무대 앞줄, 제일 가운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했어?”

“그럼.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이야.”

그리고 우리 둘은, 아무 음악도 없는데
조용히 ‘음악을 들은 것처럼’
그 밤을 미소로 덮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