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딸의 반항: “아빠는 내 스타일 아냐”
“아빠는 왜 맨날 박자가 느려?”
“그게 스윙이고 그루브고… 감정이야.”
“음… 나 감정 없어도 되니까 딱딱 정확한 게 좋아.
그러니까 아빠는 내 스타일 아니라고~!”
🧁 "아빠, 오늘은 레슨 쉬자. 나 하고 싶은 거 있어."
“오늘도 피아노야? 나 오늘은 안 하고 싶어.”
주말 오후, 피아노 뚜껑을 열자마자 서윤이는 방바닥에 드러눕는다.
시작부터 단호하다. 딱 그 표정이다. ‘나 오늘은 안 해. 못해도 아냐, 안 해.’
“왜? 어제는 ‘Let It Go’ 백 번은 쳤잖아.”
“그건 내가 좋아하는 노래잖아. 오늘은 아빠가 또 이상한 노래 시킬 거잖아.”
“이상한 노래라니…”
그녀가 말하는 ‘이상한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재즈 스탠더드,
예를 들면 ‘Autumn Leaves’나 ‘Blue Bossa’ 같은 것들이다.
“그거… 너무 졸려. 무슨 바다 밑에서 걷는 기분이야.”
“그게 스윙 리듬의 깊이인데… 바다 속 걷는 기분, 나쁘지 않은데?”
“아빠 스타일은… 내 스타일 아냐.”
🎼 “그냥 나 혼자 칠게. 아빠, 끼지 마!”
“그럼, 너 오늘 뭐 치고 싶어?”
“응... 그거! 애니 ‘위시’에 나오는 ‘This Wish’!”
딸의 음악 취향은 요즘 전 세계 초등학생과 다를 바 없다.
디즈니, 드림웍스, 그리고 BTS… 아니면 뉴진스.
나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럼… 코드 반주는 아빠가 해줄까?”
“…아빠는 코드 칠 때 이상한 음 넣잖아. 내가 아는 멜로디랑 안 맞아.”
“그건 텐션이라고… 감칠맛 같은 거지.”
“아빠는 MSG왕이야. 난 그냥 소금으로 해줘.”
순간 벙쪘다.
내가 수년간 갈고닦은 하모니, 텐션 코드, 보이싱…
그 모든 걸, 우리 딸은 MSG 한 스푼으로 정리해버린다.
“그냥… 아빠는 코드 너무 많이 넣어. 그러니까… 나 혼자 칠래.”
그리고 정말로, 그녀는 혼자서 양손으로 ‘This Wish’를 치기 시작한다.
느낌은 조금 딱딱하고, 박자는 아주 기계처럼 정확했다.
그런데… 그게 꽤 멋졌다.
🎧 "아빠처럼은 안 될 거야."
“아빠, 피아노 배울 때 진짜 하루에 3시간씩 했어?”
“응. 대학 때는 하루에 8시간 넘게도 연습했어.”
“헉… 그건 너무 싫다. 난 그렇게까진 안 할래.”
“괜찮아. 음악은 누가 시켜서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좋아서 하는 거야. 하루에 10분만 좋아해도 돼.”
그 말에 서윤이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그럼 아빠는 아직도 좋아서 하는 거야?”
“응. 솔직히, 너랑 같이 치는 게 요즘 제일 재밌어.”
“근데 아빠는 맨날 나한테 뭐 하라고 하잖아.”
“그건… 너랑 더 오래 치고 싶어서 그런 거야.”
잠깐의 침묵.
그리고 그녀가 한 마디 던졌다.
“그래도 아빠 스타일은 내 스타일 아냐.
나, 클래식 좋아할 수도 있어. 쇼팽 같은 거.”
나는 조용히 웃었다.
“그래. 그러면 아빠는 쇼팽도 재즈로 칠게.”
“아니! 그건 안 돼. 절대~ 절대 안 돼!”
🎹 어느 늦은 밤, 딸이 혼자 건반을 두드릴 때
그날 밤, 서윤이가 잠든 줄 알았는데,
방 안에서 조용히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This Wish’를 다시 치는 중이었는데,
중간에 살짝 리듬이 흔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따뜻했다.
“서윤아?”
“앗! 아빠 들었어?”
“응. 너, 일부러 리듬 살짝 늦춘 거야?”
“…그냥. 아빠처럼 해봤어.”
“어땠어?”
“…이상하게 좋았어. 근데 한 번만 할래. 나 재즈 사람은 아니니까.”
💬 대화는 계속된다
“아빠, 진짜 연주할 때도 실수해?”
“당연하지. 그걸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재즈야.”
“그럼 내가 자꾸 틀리는 것도 재즈인가?”
“틀리는 건 누구나 해.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이어가는지지.”
서윤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럼 나도… 나만의 스타일로 해도 돼?”
“그게 진짜 멋진 거야.”
🌟 부녀의 음악, 스타일은 다르지만
딸은 정확한 걸 좋아한다. 악보 위의 음 하나도 빼먹지 않고 연주하려 애쓴다.
나는 감정이 흐르도록, 흔들림을 사랑한다.
우리는 다른 리듬으로 연주하지만,
결국 같은 시간 안에 머문다.
그게 부녀의 음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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