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날 기억나?”“어떤 날?”“우리 둘이, 아무 계획 없이 기차 탔던 날.”나는 피식 웃었다.“강릉 갔던 날?”“응. 바다도 보고, 그냥 걷기만 했는데… 왠지 모르게 행복했던 날.”“그러고 보니, 그날 사진도 한 장 없네.”“맞아. 아예 안 찍었잖아.”“근데… 이상하지?그 어떤 사진보다 선명하게 기억나.”그는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기록되지 않았기에, 더 내 마음에 깊이 남은 것 같아.”기록되지 않은 날들이, 왜 더 기억에 남을까?요즘은 뭐든 다 사진 찍고,영상으로 남기고,스토리로 공유하곤 한다.맛있는 음식도,예쁜 하늘도,사랑하는 사람과의 순간도.하지만 그날,우리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강릉역에 내려서 바로 앞 편의점에서뜨거운 컵라면 먹었던 거, 아직도 생각나.”“하하, 그때 나 입천장 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