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이해하고 싶어서, 나도 상담실에 앉았어” – 마음의 온도를 맞춰가는 사랑
“사랑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우리가 진짜 해보려고 하니까,
어렵더라… 그치?”“응.
근데 그 어려움도, 너랑 같이라면 배우고 싶어.”
1.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자주 엇갈렸다
“나 그냥, 혼자 있고 싶었어.
근데 그게 또 널 불안하게 했지?”
“응.
네가 조용하면, 날 밀어내는 것 같았어.”
이런 대화, 우리가 한두 번 한 게 아니었다.
너무 사랑하지만,
그만큼 자주 서툴렀고, 많이 상처 주고받았다.
서로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더 조심했고,
조심하려다 오히려 더 멀어지곤 했다.
“우리 왜 이렇게 자주 삐걱거릴까?”
그녀의 물음에,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었다.
“…아마 우리 둘 다 상처가 많아서일 거야.”
2. 마음이 어긋나는 이유
나는 ‘회피형’.
그녀는 ‘불안형’.
심리 책에서나 나올 법한 구성이
우리 현실이 되어버렸을 때,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나는 가까워질수록 불편했고,
그녀는 가까워지지 않으면 불안했다.
나는 대화 중간에 문을 닫았고,
그녀는 그 문을 열려고 더 다그쳤다.
“나 말 안 하면, 너는 더 답답하지?”
“응.
근데 네 마음을 꺼내달라는 것도
너한텐 고통인 거 알겠더라.”
우리는 서로의 방식을 다르다고 느끼기보다,
틀렸다고 착각했었다.
3. 처음, 상담실 문을 열던 날
“우리, 같이 상담 받아볼래?”
그녀의 제안이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이해해달라는 말,
이젠 좀 미안하더라.
차라리, 우리를 이해하고 싶어졌어.”
처음 상담실 문을 열었을 때,
우리는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상담사는 우리에게 이름 대신,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라고 물었다.
나는 말했다.
“도망치지 않고, 다그치지 않는 관계요.”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4. 상담실에서 나눈 진짜 마음
“상대방이 말을 안 해도,
그저 옆에 있어주는 걸로도 사랑일 수 있어요.”
상담 선생님의 말에
그녀는 울컥했다.
“전… 늘 확인받고 싶었어요.
‘나 아직 괜찮은 사람인가’ 확인받듯이.”
그녀의 고백은 무겁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그녀는 사랑받고 싶은 게 아니라,
버려지지 않고 싶었던 거였다.
나는 말했다.
“난… 사랑을 줄수록 잃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덜 주고, 덜 다가갔어요.”
상담사는 우리에게 말했다.
“이 관계는, 서로 ‘다르게 자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이에요.
누가 옳고 그른 게 아니라,
다르게 배운 감정 언어를 같이 번역해가는 거예요.”
5. 천천히, 마음의 온도를 맞춰가기
“그날 상담실에서 한 말, 기억나?”
어느 날, 그녀가 물었다.
“음… ‘감정 언어’?”
“응.
나 이제 좀 알아.
네가 조용한 건 날 미워해서가 아니라,
네가 스스로 정리하는 방식이라는 걸.”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도 이제 알아.
네가 자꾸 물어보는 건,
불안해서가 아니라 나를 알고 싶어서라는 걸.”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조금씩 배우는 중이었다.
6. 실수해도 괜찮다는 허락
“나 또 불안해질 수도 있어.
갑자기 너한테 괜히 짜증 낼 수도 있고…”
“괜찮아.
나도 또 도망치고 싶어질 수도 있어.”
“우리, 그런 날 오면…
그냥 ‘오늘은 힘든 날’이라고 말하자.
그럼 괜히 서로 상처 안 줄 수 있잖아.”
“좋아.
그럼 오늘은 괜찮은 날이니까,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그녀가 웃었다.
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한 사랑’을 하지 않았다.
실수해도 괜찮은 사랑,
그게 진짜 위로가 되었다.
7. 한 계절이 지나고
우리는 여전히 다르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녀는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침묵할 땐 그녀가
조용히 곁에 앉아주고,
그녀가 불안할 땐 내가
가볍게 손을 잡아준다.
말보다 작은 행동들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우린 그걸 상담실에서 배웠고,
생활 속에서 연습했고,
사랑 안에서 완성해나갔다.
🖋️ 마무리하며
사랑은 감정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관계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의 문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비로소 말이 됩니다.
우리는 심리상담이라는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고,
그 배움을 사랑에 더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