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사랑 안에서 숨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의 이야기

히야121 2025. 6. 21. 02:45

 

1. “가위, 바위, 보! 하나 빼기~”

“가위, 바위, 보! 하나 빼기~”

“응? 뭐야 그거?”

“그거 몰라? 셋 중에 두 개 내놓고 하나 빼는 거야. 누가 뭐 냈을지 맞히는 거. 어릴 때 많이 했는데?”

처음 너와 나 사이엔 그런 장난들이 참 많았다. 별거 아닌 게임 하나에도 웃음이 터졌고, 눈빛 하나로도 설레던 그 시절.

근데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장난이 꼭 우리 연애 같았어.

서로를 파악하려고 눈치를 보고, 하나는 꼭 숨기고, 절대 전부를 보여주지 않는 그 방식.

나는 늘 너의 마음을 맞히려 했고, 넌 늘 마지막 하나를 빼고 내게 건넸지.


2. 사랑도 하나쯤은 빼놓고 하는 걸까?

“넌 왜 그렇게 감정을 안 보여?”

“보이잖아. 나도 표현해.”

“근데 왜 난 항상 더 내놓는 기분이지?”

나는 그 대화를 수십 번 반복했어. 때로는 농담처럼, 때로는 화내듯이, 때로는 울먹이며. 그런데도 너는 늘 같은 대답만 했어.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 표현이 서툴러.”

하지만 그건 익숙함의 다른 말이었다고 생각해. 사랑을 다 내보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기적인 익숙함.


3. 표현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착각

“너,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아니, 모르겠어.”

“왜? 난 계속 옆에 있잖아.”

“옆에 있는 게 전부는 아니야.”

내가 했던 그 말 기억나? 우리는 너무 자주 '마음'이라는 걸 당연하게 여겼어. 내게는 네 존재 하나하나가 고마웠는데, 너는 그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지.

근데 말하지 않으면 몰라. 정말 몰라.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4. "내가 더 사랑하는 거 같아"라는 외로움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

“내가 더 사랑하는 것 같아.”

너는 말없이 나를 바라봤어. 그리고 웃으며 물었지.

“그게 왜?”

“그게... 그냥 외로워. 같이 있는데도.”

그날 밤, 나는 울었어. 아무 소리도 못 내고, 베개 속에서 혼자 조용히. 내 마음은 온통 네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너는 반만 내게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았거든.


5. “말 안 해도 알 줄 알았어”라는 말의 무게

“왜 그렇게 마음을 감춰?”

“숨긴 건 아냐. 말 안 했을 뿐.”

“그게 감춘 거랑 뭐가 달라?”

“너는 내가 말 안 해도 알 줄 알았어.”

사람들은 왜 자꾸 이 말을 쉽게 할까? 말 안 해도 알 줄 알았다는 말.

그건 결국, 게으른 사랑이야. 노력하지 않아도 상대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 상대의 애정과 추측에 기댄 자기중심적인 감정.


6. 마음을 더 내는 사람이 지는 걸까?

“너는 왜 항상 나보다 한 발짝 뒤에 있어?”

“…그게 편하니까.”

“그럼 나는 항상 너를 쫓는 사람이어야 해?”

“…그런 건 아니고…”

“그럼 뭐야. 너는 왜 그렇게 거리 두기를 좋아해?”

그때 너는 이렇게 말했지.

“혹시 몰라서.”

나는 네 그 말이 싫었다. 사랑을 할 거면, 적어도 서로에게 확신은 줘야 하는 거잖아. '혹시 몰라서'라는 말은 사랑을 거부하는 수많은 핑계 중 하나일 뿐이야.


7. 내가 먼저 다 보여주면 너도 보여줄 줄 알았는데

사랑은 내가 다 보여주면 너도 보여줄 줄 알았지. 근데 아니더라.

“이런 것도 좋아해?”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네가 좋아할 줄 알고 미리 예약했어.”

나는 그렇게 자꾸자꾸 너에게 내 마음을 쏟았고, 너는 그런 나를 ‘고마워’라고 말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진 않았지.

너는 나의 진심을 받기만 했고, 내가 바랐던 건 단지, 같은 깊이의 눈빛 하나뿐이었는데.


8. 마음을 빼지 말아줘. 그게 너의 전부였으니까

“이번엔 그냥 다 내줘. 마음도, 말도, 표정도.”

“왜?”

“그동안 네가 빼놓은 게 너무 많았어.”

“나는…”

“나도 다 내놓았잖아. 너 하나만 있었으면 됐어.”

그 말 뒤에,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그동안 서로 얼마나 다르게 사랑했는지를, 그제서야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던 것 같아.


9. 사랑은 더 많이 표현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어쩌면 진짜 사랑은, 표현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먼저 연락하고, 더 자주 보고 싶다고 말하고, 사소한 것도 기억해주는 사람.

그게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용기이자 사랑의 크기야.

나는 이제 그렇게 생각해.

“가위, 바위, 보. 이제는 숨기지 말자. 그냥 마음을 내자.”


10. 당신의 마음만큼은, 빼지 말아주세요

혹시 지금 누군가와 사랑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사랑 안에서, 혹시 자꾸만 ‘하나를 빼고’ 있지는 않나요?

무엇이든 적당히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랑은, 마음만큼은 적당히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하나 빼기 게임처럼 마음을 빼지 말고, 당신의 전부를 사랑에 내보이세요.

때로는 아플 수도 있고, 상처가 남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게 진짜 사랑이고, 가장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