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12화 – 올해 마지막 날, 같은 달력 앞에 선 우리〉
“올해를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에
나는 그냥 당신을 떠올렸어요.”
1. 집 안의 조명이 유난히 따뜻했던 12월 31일
“오늘, 진짜 아무 데도 안 갈 거예요?”
윤수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집에서, 그냥 우리끼리 보내자.
그게 더 연말 같아.”
시끌벅적한 번화가도,
화려한 불꽃놀이도,
오늘만큼은 전부 필요 없었다.
이 사람과,
한 해의 끝을 조용히 마주하고 싶었다.
2. 벽에 걸린 달력 앞,
우리가 함께한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이 날 기억나요?
우리 블루베리 체험 간 날.”
“이건 감자밭에서 내가 미끄러진 날.”
“이건… 마을 축제.
손 놓쳤다가 다시 꽉 잡은 날.”
윤수와 나는
달력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동그라미를 그려갔다.
달력 위엔 숫자가 아니라
추억과 웃음,
때로는 눈물과 포옹이 남아 있었다.
3. 올해의 마지막 식사,
둘이 만든 조촐한 연말 정식
우리는 냉장고에 남아 있던 김치로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계란 프라이 두 개,
햇반 두 공기,
그리고 조촐한 사이다 한 병.
“진짜 마지막 날인데,
너무 초라한 거 아니에요?”
“아니요.
우리 오늘 하루,
그 어느 날보다 가득하잖아요.”
한 해를 정리하는 식사는
맛보다 마음이었다.
4. 티비 속 카운트다운 대신,
둘만의 다짐 노트
윤수가 갑자기 작은 노트를 꺼냈다.
“이건 뭐예요?”
“우리 둘만의 새해 계획 노트.
올해는 같이 써요.”
나는 볼펜을 받아 들고 첫 장에 썼다.
2026년, 우리 같이 더 건강하게.
더 많이 웃고, 덜 다투고.
올해보다 더 가까운 우리가 되길.
윤수는 나를 보며 말했다.
“작년엔 혼자 다짐했는데,
올해는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5. 11시 58분,
마지막 2분을 조용히 껴안고
시계 바늘이 11시 58분을 가리킬 때,
우리 둘 다 말이 없었다.
그냥 서로를 바라보다가
윤수가 말했다.
“올해 어땠어요?”
나는 대답했다.
“좋았어요.
아주 많이.”
“왜요?”
“당신이 있어서요.”
그 말 한마디에,
윤수는 조용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6. 12시 정각,
해가 바뀌는 소리 없이
우린 같은 온도로 이어졌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복은 이미 받았죠.
당신 만난 게 올해 내 최고의 복이에요.”
우리 둘은
TV도 켜지 않은 채
그냥 조용히
포근한 이불 속에서,
손을 맞잡은 채
2025년을 보냈다.
7. 다음 해의 첫날,
새 달력에 쓴 ‘우리의 계획’
아침 해가 떠오르자
윤수가 말한다.
“이제 새 달력, 벽에 걸까요?”
“응.
그리고 제일 먼저,
우리 여행 날짜부터 적자.”
그렇게
2026년 5월, 제주도 – 우리 여행
2026년 10월, 윤수 생일
2026년 12월 31일, 같이 보내는 연말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날들에도
함께할 약속을 하나하나 새겨 넣었다.
📍마무리하며 – 같은 달력 아래 있다는 건,
이미 인생을 나누고 있다는 뜻
한 장의 달력.
그 속에
우리가 함께한 날이 있고,
앞으로 함께할 날이 적힌다는 것.
그건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삶을 공유하겠다는 약속이다.
올해 마지막 날,
같은 달력 앞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