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따기 체험에서 만난 인연》
〈제9화 – ‘우리’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워진 날〉
“그냥, 습관처럼 나오는 말이었어요.
‘우리’라고 부르는 게.
그게 더… 진짜 같아서.”
1. 여행에서 돌아온 날,
냉장고를 열다 말고
“아, 김치 떨어졌네.”
윤수가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우리 김치통 비었어요?
그럼 엄마한테 좀 얻어올까?”
‘우리 김치통’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순간 멈칫했다.
언제부턴가 당연하게,
이 집의 모든 게 ‘우리의 것’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내 집’이었고,
그가 놀러오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같이 열쇠를 꽂고 들어오고,
이불 색도 서로의 취향으로 절충하고,
냉장고 안 반찬통도
자연스레 ‘우리 김치통’이 된 어느 날.
2. ‘내가 할게’에서 ‘우리 같이 하자’로
“윤수 씨는 설거지 담당.”
“아니에요, 오늘은 같이 해요.
나는 물 닦고, 당신은 정리.”
우리는 주방에서 접시를 닦으며
옆사람 팔꿈치에 톡톡 부딪히며 웃었다.
“같이 하니까 금방 끝나네.”
“당연하죠.
이게 바로 ‘우리’의 힘이에요.”
그 말에 윤수가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요즘… ‘우리’라는 말
되게 자주 하네요, 당신.”
“응.
근데… 어색하지 않죠?”
“전혀요.
되게… 좋아요.
왠지 마음이 편안해져요.”
3. 전에는 나 혼자 하던 일,
이제는 '우리 둘이'의 일이 되었다
“카페 갈까요?”
“좋아요.
근데 커피 말고 오늘은 ‘우리 책’ 보러 갈래요?”
윤수가 그렇게 말했다.
‘우리 책’이라는 단어,
우리가 같이 고른 책, 같이 읽는 이야기,
같은 페이지에 밑줄을 긋는 사이.
책방에 가서,
우리는 각자 한 권씩 골랐다.
나는 ‘감성 에세이’를,
윤수는 ‘식물 키우는 법’을.
계산을 하고 나서 윤수가 말했다.
“이건 우리 책장에 꽂아야지.”
그 말에
나는 뭔가 울컥했다.
책 한 권조차
‘우리의 것’으로 여기게 된 지금,
우리는 정말 ‘같은 집에 사는 연인’이 아니라
같은 감정 안에 사는 사람이 되었다.
4. ‘우리’라는 단어가 불러오는 안정감
“당신 회사 근처에 괜찮은 카페 있대요.”
“응, 다음에 같이 가요.”
“응, 우리 가요.”
별 말 아닌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우리’라는 말.
연애 초반엔
이 말이 괜히 무거웠다.
서로의 관계를 너무 규정짓는 것 같아서.
하지만 이제는
‘우리’라는 말이
그 어떤 고백보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되었다.
5. 다툼 후에도 나오는 한 마디
“아까… 말투 너무 차가웠어요.”
“미안해요.
내가 예민했어요.”
조금 큰 소리로 다퉜던 날,
각자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마음을 식혔다.
조금 후,
윤수가 문을 열고 말했다.
“우리, 치킨 시킬래요?”
“응…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짧은 대화였지만
그 속에 담긴 말은 명확했다.
“우리, 다시 괜찮아지자.”
그 말이
무겁게 꺼내는 사과보다
더 따뜻했다.
6. 어느 날 문득, '우리'가 된다는 것
“내가 혼자 살 때는
주말이면 항상 늦잠 자고
아침 겸 점심 먹었는데…”
윤수가 말했다.
“지금은요?”
“지금은…
‘우리’가 같이 밥 먹는 게 더 좋아요.
당신이 계란말이 부치는 소리 들으면
이상하게 하루가 잘 시작될 것 같아요.”
‘우리’라는 말은
식탁 위에도 있었고,
이불 속에도 있었고,
커피잔에도 스며들어 있었다.
7. 카페 영수증 한 장에 적힌 진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윤수가 뭔가를 내밀었다.
영수증 한 장이었다.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
오늘도 ‘우리’여서 고마워요.
나는 그걸 받아들고
조용히 윤수의 팔을 감쌌다.
그 어떤 반지나 목걸이보다
영수증 한 장이
우리의 사랑을 더 선명하게 말해줬다.
📍마무리하며 – ‘우리’라는 단어는, 관계가 익어간다는 증거
처음부터 ‘우리’라고 불렀던 게 아니다.
‘나’와 ‘너’가 서로를 탐색하고,
천천히 맞춰보고,
부딪히고, 이해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되어가는 순간들.
그 단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는 건
이제 그만큼 서로에게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우리’라는 말이
매일 입에 붙을 만큼,
우리는 익숙하고, 편안하고,
그리고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