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 《5화 – 사랑은 매일 새로 칠해지는 그림이야》

히야121 2025. 7. 8. 22:39

 

 

“어제의 사랑은 어제의 색으로 남겨두자.
오늘의 우리는, 오늘의 색으로
다시 칠해볼 수 있으니까.”

1.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색

그와의 연애는
처음엔 눈부셨다.
매일이 새로웠고,
하루에 몇 번씩 서로를 확인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익숙함 속에 두게 되었다.

데이트하던 카페,
익히 알고 있는 메뉴,
사진을 찍지도 않고 커피를 마시고,
어떤 날은 대화도 없이 각자 핸드폰을 본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우리 요즘 좀… 심심하지 않아?”

그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나도 그걸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싫은 건 아니었다.
그저, 가끔은 이 익숙함 속에서
서로를 다시 찾고 싶어졌다.

2. 같은 색만 계속 칠하면, 언젠가는 질리게 돼

“우리, 색 좀 바꿔볼까?”

내가 툭 던지듯 말했다.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색?”
“응. 우리 일상.
계속 똑같은 색으로만 그리면… 그림이 지루해지잖아.”

그는 웃었다.
“어쩐지 네가 요즘 그림에 비유 많이 하더라.”

우린 그날부터
작은 변화들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예를 들어,
일요일 아침엔 서로가 고른 ‘이상한 조합 브런치’ 만들어보기,
한 달에 한 번은 ‘옷 바꿔 입는 날’ 지정해서 서로의 스타일로 꾸미기,
하루에 한 번은 서로의 감정 색깔을 물어보기.

“오늘 너 기분 색은 뭐야?”
“음… 오늘은 약간 노을빛 핑크?”

그런 질문들이
우리의 무채색 일상을
다시 다채롭게 칠해주었다.

3. ‘그때 좋았지’보다, ‘지금도 괜찮아’가 더 소중해

요즘 나는 종종,
함께 했던 초반의 날들을 떠올린다.

처음 손을 잡던 날,
같은 장면에서 동시에 웃었던 그 순간.
그와 내가 하나처럼 느껴졌던 그 찰나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서로의 존재에 익숙하고,
서로의 말투, 숨소리, 기분까지 읽어내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나는 물었다.
“그땐 참 좋았지, 그치?”
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땐 좋았고, 지금은 더 좋아.”
“왜?”
“지금은 말 안 해도 네가 뭘 원하는지 대충은 아니까.
그게 신기하고 편해.”

나는 그 말이 고마웠다.
**‘그때 좋았지’**보다
**‘지금도 괜찮아’**라는 말이
더 단단한 마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4. 사랑에도 물감이 필요해

우리의 연애는 가끔
탁해지기도 한다.

서로 말이 안 통할 때,
오해가 쌓일 때,
서로의 감정이 동시에 피곤할 때.

그럴 때 우리는
물감을 바꾼다.

기분이 어두울 땐
초록 식물 많은 카페에 간다.
감정이 얽힐 땐
서로에게 편지를 쓴다.

“말하면 싸울까 봐,
글로 쓸게.”
그가 건넨 쪽지엔
이런 말이 있었다.

“너랑 있는 날 중엔,
마음이 어두운 날조차도
색이 있어.”

나는 울 뻔했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
그와 있는 날 중엔
어떤 기분이든,
색이 있었다.

5. 네가 고른 색도, 나의 일부가 되었다

요즘 나는 자주
그가 좋아하는 색을 입는다.

예전엔 무채색 옷만 고르던 내가
요즘은 노란색 스카프도 하고,
민트색 립밤을 바르고 다닌다.

그는 그런 나를 보고 웃는다.

“이제 너도 컬러풀해졌네.”
“그럼, 너 때문이지.”

하지만 그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나는 이제 안다.

그의 색이 나를 바꾼 게 아니라,
그의 존재가 내 안에 있던 색을 꺼낸 것이라는 걸.

사람은 사람을 바꿔놓을 수 없다.
다만,
서로의 색을 믿고 끌어낼 수는 있다.

그건, 사랑이 가진 가장 멋진 능력이다.

6. 매일 새로 칠해지는 그림이야

우리는 매일 다른 하루를 산다.

어떤 날은
기운 없이 출근하는 그를 안아주는 날이고,
어떤 날은
나의 짜증을 그가 묵묵히 받아주는 날이다.

그리고 그날그날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묻는다.

“오늘 너 색은 뭐야?”
“오늘은… 약간 흐린 베이지.”
“그러면, 내가 조금 더 진하게 칠해줄게.”

이런 대화들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감정, 새로운 색을 경험하고 있다.

사랑은 정지된 감정이 아니라,
계속 덧칠되고 다시 쓰여지는 이야기.

어제 그렸던 선이 흐려지더라도,
오늘은 다시 선명하게 그릴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사랑 아닐까?

7. 에필로그 – 함께 물드는 오늘의 색

오늘도 나는 그와 함께 있다.

카페 구석 자리,
익숙한 메뉴,
하지만 새로운 주제.

“우리 다음엔 같이 도자기 만들러 가볼까?”
“오, 색깔도 고를 수 있대?”
“그럼. 파랑? 주황? 연보라?”
“음… 오늘은 연보라가 좋을 것 같아.”

서로의 하루를 그날의 색으로 기억하고,
그림처럼 붙잡아두는 연애.

우리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함께 물들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매일매일 사랑은,
새로운 색으로 칠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