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 연애 일기》 番外편〈사랑은 가족이 되는 과정이다〉
– 당신의 부모님 앞에 선 나, 나의 가족 앞에 선 당신
🧭 “언젠가는, 우리도 가족이 되겠지”
연애를 시작한 지 2년쯤 되었을 무렵,
그 사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설엔 우리 집에 같이 갈래?”
나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가슴이 조금 떨렸다.
‘이 사람이 날 진짜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구나.’
그리고 동시에,
‘그 가족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단순한 연인을 넘어서
서로의 ‘가족이 되어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 그의 부모님 앞에 선 나
그의 부모님은 나보다 30살 가까이 많았다.
거실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는 조심스럽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어머님은
다정한 미소로 내 손을 잡아주셨지만,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수많은 감정들이 느껴졌다.
- ‘우리 아들이 선택한 사람이라지만…’
- ‘연하 여자가 우리 집안에 들어오면 잘 어울릴까?’
- ‘세대차는 괜찮을까?’
그 침묵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진심을 다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 대화체 – 밥상머리 대화
어머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된장찌개도 안 먹는다던데?”
나: “어머니, 전 멸치 다시 우린 된장찌개 제일 좋아해요.”
아버지: “그럼, 우리랑 입맛이 비슷하네. 아들보다 더.”
그 사람(작게 웃으며): “제가 집밥보다 이 사람 된장찌개 더 좋아해요.”
나: “그 말은… 부담이에요.”
모두 웃었다.
그 웃음 속에서
나는 조금씩 이 가족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 내 가족 앞에 선 그 사람
우리 아빠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셨다.
엄마는 처음엔 말을 아끼셨지만
이따금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너보다 열몇 살이나 많은 사람이라…
혹시 나중에 너 힘들어질까봐.”
하지만
그가 집에 처음 인사 왔던 날,
우리 집 분위기는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다.
그 사람은, 말이 적지만 배려가 많은 사람이었으니까.
아빠가 좋아하는 묵은지찌개에
밥 두 그릇 뚝딱 비워내며
“어르신, 진짜 맛있습니다”
한마디에
아빠 눈썹이 미세하게 들렸다.
💌 그 사람의 편지 – 내 부모님께
며칠 뒤, 우리 엄마가 나에게 편지 하나를 건넸다.
그 사람이 써놓고 간 손편지였다.
“딸을 믿고 제 손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두 분께 실망드리지 않도록
평생 책임지는 사람 되겠습니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편지를 접더니 말했다.
“말은 없어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네.
딸 복이야.”
그날 밤, 나는 울컥했다.
사랑이란, 결국
내 마음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 두 가정, 하나의 테이블
그해 추석,
우리 가족과 그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 어머니들은 음식 이야기를 하며 웃었고
- 아버지들은 옛날 야구 이야기로 금세 친해졌다
- 우리는 구석 테이블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그: “진짜 우리가 가족이 되는 거 같아.”
나: “응, 약간 긴장되면서도… 따뜻해.”
그: “네 엄마가 나한테 반찬 더 퍼줬어.”
나: “우리 집에서 그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야.”
🧩 가족이 된다는 건, ‘타협’이 아니라 ‘확장’
연애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라면,
결혼 혹은 함께 살아간다는 건
두 ‘가정’을 잇는 일이다.
서로의 문화와 방식,
생각과 식탁, 말투와 명절 방식까지.
그 모든 걸
타협이 아니라 확장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우리는 배우고 있었다.
📷 사진 한 장 – 네 식구 사이의 나
그 사람의 가족사진 한가운데
내가 웃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있었고
아버지는 어깨에 손을 올려주셨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 나 진짜 이 가족의 일원이 되었구나.”
그 사진은
우리 집 냉장고 옆에 아직도 붙어 있다.
누가 봐도, 우린 진짜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