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 연애 일기》 5화그는 ‘좋아요’를 누르지 않지만 매일 전화해요
– ‘좋아요’ 대신 전화벨로 울리는 사랑의 언어
📱 내 SNS 피드엔 그 사람이 없다
연애를 시작하면
누구나 올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함께 간 맛집,
손을 잡고 걷던 거리,
커피잔 두 개가 나란히 놓인 테이블.
나 역시 그랬다.
‘럽스타그램’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자랑하고 싶었다.
‘나, 지금 사랑하고 있어요.’
그 사실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 피드 속엔,
그 사람 흔적이 단 하나도 없었다.
왜냐고?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었다.
🧓 “나는 SNS를 해본 적이 없어”
처음 그에게
“인스타 계정은 없어요?”라고 묻자
그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그런 건 안 해봤어.
누가 뭘 올리는지도 잘 모르겠고…
굳이 나까지 거기 있을 필요 있을까 싶었지.”
내가 말문이 막혔다.
‘이 사람은 나를 검색할 줄도 모르겠구나.’
‘내가 쓴 글도, 올린 사진도 못 보겠구나.’
서운했다.
내 세상 절반은 SNS 안에 있는데
그 사람은 아예 그 바깥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 하지만 매일 전화가 온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매일 밤 10시 15분이면
정확하게 전화를 걸었다.
“잘 들어갔어?”
“오늘은 어땠어?”
“내일 뭐 먹을래?”
“오늘 피곤해 보였어.”
누구는 좋아요 한 번 누르고
하트 이모티콘 하나 보내면 끝나는 요즘,
그는 통화로 하루를 묻고,
목소리로 감정을 건넸다.
나는
그게 처음엔 좀 불편했지만
나중에는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 우리는 메시지를 쓰는 세대, 그는 음성을 남기는 세대
나는 카톡을 좋아했다.
사진도 바로 보내고,
이모티콘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기록이 남는다.
그는 문자보다 전화를 고집했다.
짧게는 1분,
길게는 10분.
말 끝마다
“알았어.”
“그래, 그럼.”
조금 서툰 표현들.
하지만
그 안엔 감정이 있었다.
텍스트보다 느리지만, 더 진심인 방식.
🧏♀️ “왜 전화해요?”라고 묻던 나
한 번은 물었다.
“카톡으로 해도 되잖아요. 굳이 전화까지 안 해도…”
그는 웃으며 말했다.
“카톡은 감정이 안 보이잖아.
네 목소리 듣는 게… 좋아서 그래.”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 사람은
표현의 수단이 다른 것뿐이었다.
📷 그는 내 SNS에 없지만, 내 일상엔 있다
내 친구들은 종종 물었다.
“남자친구 사진은 왜 없어?”
“럽스타 안 해?”
“요즘엔 다 계정 공유하잖아.”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말한다.
“그 사람은 SNS 안 해.
대신, 매일 나한테 전화해.”
내 피드엔 없지만,
그 사람은 내 하루의 마침표 같은 존재다.
💌 서로 다른 소통, 이해의 시작
나는 종종
그가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아
속상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가
내 새 프로필 사진을 못 알아봐 주거나,
올린 글에 반응이 없을 때.
하지만 그 사람은
그 모든 걸
‘전화 한 통’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내가 쓴 브런치 글을 프린트해
책갈피에 끼워두었다며 보여줬다.
“나는 이게 더 좋더라.
폰 화면보다 이게 오래 남을 것 같아서.”
그때 깨달았다.
이 사람은
디지털보다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걸.
☕️ 소통의 기술보다, 진심의 온도가 먼저인 사람
그와 함께 있으면
빠르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따뜻한 온도가 흐른다.
- 그가 직접 손으로 내린 커피
- 매일 바뀌는 내 기분을 기억해주는 눈빛
- 날씨가 흐린 날, 우산 두 개 들고 나오는 배려
그는
좋아요 대신 ‘눈’을 주고,
댓글 대신 ‘행동’을 건넨다.
나는 점점
그의 방식에
적응하고, 배워간다.
📞 대화체 – 사랑은 SNS 바깥에서도 존재한다
나: “가끔은요... 내가 말한 거 다 까먹은 줄 알아요.”
그: “왜?”
나: “카톡도 안 보고, 좋아요도 안 누르고, 아무 말도 없잖아요.”
그: “아니야. 나는 그 대신, 네가 울먹였던 날을 기억해.
그리고 그날 집 앞에 미리 도착해 있었잖아.”
나: “맞아요… 그날 진짜 고마웠어요.”
그: “내가 SNS를 잘 몰라도, 널 사랑하는 데는 문제 없어. 그렇지?”
나: “응.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져요.”
🧠 세대차는 연결의 방식일 뿐, 단절의 이유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 나는
좋아요를 눌러주면
마음이 전해진다고 느끼는 세대.
📌 그는
눈빛 한 번,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하다고 믿는 세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건,
표현이 아니라, 마음을 중심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마무리 – ‘좋아요’보다 더 따뜻한 ‘오늘 어땠어?’
지금도
그는 내가 올린 인스타 스토리를 못 본다.
하지만 그는
내 하루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내가 피곤한 날은
조용히 음식을 챙겨주고,
내가 신난 날은
“그런 날은 기억해야지” 하며 웃는다.
그는 '좋아요'를 모른다.
하지만 그는 매일,
나를 좋아해 주고 있다.
그게
내가 느낀 가장 진짜 ‘좋아요’다.
📌 다음 예고 – 《세대차 연애 일기》 6화
〈젊은 나, 나이 든 그, 우리만 아는 타협의 언어〉
다름을 넘어, 서로에게 맞춰가는 둘만의 룰이 생기기 시작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