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재즈, 딸은 디즈니》(7)
번외편 – “아빠랑 피아노 듀엣해보고 싶어요”
“아빠, 나 혼자 치는 것도 좋은데… 같이 쳐보면 안 돼?”
“우리 둘이? 진짜로?”
“응. 한 피아노에 둘이 앉는 거, 재밌을 것 같아.”
“…좋아. 그럼 오늘은, 우리 둘이 한 악보야.”
🌸 어느 봄날, 딸의 제안
주말 오후, 따스한 햇살 아래 거실에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서윤이는 자기가 만든 짧은 곡을 혼자서 몇 번이고 반복하며 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딸이 조심스레 말했다.
“아빠, 나… 아빠랑 같이 쳐보고 싶어.”
“응?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같이 피아노 쳐보자고. 듀엣!”
나는 순간 당황했다.
“너… 피아노 의자 하나에 둘이 앉으면 꽤 좁은데?”
“그래서 더 좋아. 붙어 있잖아.
우리, 늘 따로 쳤잖아. 이제 같이 한번 해보자.”
🎼 연습 시작: 둘만의 편곡 시간
우리는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았다.
나는 왼쪽, 서윤이는 오른쪽.
나는 왼손의 코드와 리듬, 서윤이는 오른손 멜로디를 맡았다.
“곡은 뭐로 할까?”
“나 그거! ‘You’ve Got a Friend in Me’!”
“오… 디즈니 대표 듀엣곡이네.”
“아빠랑 하면 진짜 ‘friend’ 같을 것 같아서~”
우리는 곡을 반으로 나누어 연습하기 시작했다.
나는 중간에 일부러 리듬을 조금 느리게 했고,
서윤이는 그걸 눈치채고 장난스럽게 따라 늦췄다.
“너 지금 일부러 놀린 거지?”
“응~ 아빠 엉성해서 재미있어~”
🎵 첫 듀엣, 틀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첫 연주는 엉망이었다.
코드 타이밍 안 맞고, 손이 부딪히고, 박자가 엇나갔다.
서윤이는 터져 웃었고, 나도 덩달아 웃었다.
“아빠, 손등 좀 치지 마~”
“그건 네 손이 내 자리로 들어왔잖아~”
“그럼 좁은 의자라도 반반 지켜야지~”
조금 지나자, 우리는 서로 눈치 없이 손을 올리던 것에서
‘서로를 느끼며 함께 소리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건 단순한 연습이 아니었다.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시간이자,
음악이 우리 사이를 더 촘촘하게 묶어주는 순간이었다.
🌙 밤에 마주한 두 번째 연주
그날 밤, 엄마가 퇴근해 돌아온 후
서윤이는 수줍게 말했다.
“엄마, 우리 연주할게. 아빠랑 같이 했어!”
우리는 거실 조명을 살짝 어둡게 하고,
‘You’ve Got a Friend in Me’를 천천히 연주했다.
아빠의 왼손은 무게를 주고,
딸의 오른손은 하늘 위를 부드럽게 그렸다.
마지막 음이 끝나자,
엄마는 조용히 박수를 쳤고,
나는 모르게 눈가를 닦았다.
“아빠 울어?”
“아니, 땀났어…”
“거짓말.”
“…살짝 감동했어.”
“음악이… 우리를 좀 더 가깝게 만든 거 맞지?”
“맞아. 우리, 오늘 악보 없이도 진짜 통했어.”
💬 부녀의 진심 대화
“아빠, 피아노가 신기해.
처음엔 나 혼자만 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둘이 같이 치니까 더 재밌어.”
“듀엣은 서로를 들어야 해.
내 소리만 크면 안 되고, 네 박자만 맞아도 안 돼.
서로가 어울리면, 그게 음악이야.”
“…그럼 우리 가족도, 듀엣 같지?”
“…어떻게?”
“엄마는 일할 때 바빠도, 우릴 생각하고
아빠는 우리 곁에 있고
나는 그 사이에서 노래 만들고.”
나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이미, 그 말 한 마디에 음악이 있었다.
🎁 “우리의 첫 듀엣곡”으로 기록된 악보
서윤이는 그날 밤,
자기 작곡노트에 한 장을 새로 붙였다.
나는 몰래 그 아래에 이렇게 써넣었다.
“오늘 서윤이랑 듀엣한 순간,
나도 다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악보 없이도 연결될 수 있다는 걸,
피아노가 알려줬다.”
📖 에필로그
며칠 후, 학교에서 가족 소개 숙제를 받은 서윤이가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우리 아빠는 재즈피아노를 치는데,
요즘은 나랑 듀엣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디즈니 좋아하고, 아빠는 Bill Evans 좋아하지만
둘이 같이 칠 땐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선생님은 거기에 별을 그려주며,
“듀엣은 마음이 맞아야 가능한 거란다.”
라고 적어주셨단다.
나는 그 말이, 꼭 음악뿐만이 아니라
‘부녀 관계’도 그렇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