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야기(사랑)

🎬《아빠는 재즈, 딸은 디즈니》(6)

히야121 2025. 7. 2. 18:56

 

 

6화 – “내가 만든 노래 들어볼래?”: 딸의 첫 작곡과 아빠의 눈물

“아빠, 내가 만든 곡인데… 제목은 아직 없어.”
“그래. 제목은 나중에 생각해도 돼.”
“근데… 그냥 들으면 돼. 말하지 마.”

(짧은 연주 후)
“아빠 왜 울어…?”
“그냥… 진짜 음악을 들은 기분이 들어서.”


🌱 “노래를 만든 건 아니고… 그냥 만들어졌어.”

서윤이가 그날 처음 꺼낸 말은 이랬다.

“아빠, 나 노래 만든 건 아닌데… 그냥… 손이 알아서 움직였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게 작곡이야.”

“진짜?”

“응. 머리로 만들지 않아도 돼. 마음이 손을 데려가면 그게 너의 노래야.”

“…근데 너무 짧은데?”

“괜찮아. 짧은 것도 한 곡이야.”

“그러면… 들어볼래?”

“…그럼. 지금?”

서윤이는 조용히 피아노 앞에 앉았다.
집 안은 늦은 저녁의 고요 속에 있었고,
그 순간, 딸의 손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작고, 어설프고, 예쁘고, 아주 솔직했다.


🎶 첫 작곡: 제목 없는 37초

딸의 첫 곡은 37초짜리 피아노 멜로디였다.
C키로 시작해, A마이너로 빠지다가,
다시 G를 잠깐 찍고, F에서 멈추는 그 짧은 곡.

하지만 그 37초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먹먹했고, 순간 숨이 멈춘 것처럼 울컥했다.

“…아빠… 왜 울어…?”

딸은 당황한 듯 물었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냥… 네 음악이라서.”


💭 “아빠, 이게 진짜 음악이야?”

조금 뒤, 딸이 소파에 앉으며 다시 물었다.

“아빠, 내가 만든 것도 진짜 음악이야?”

“진짜지. 세상에 없던 음악이잖아. 네가 만들기 전까지는 없었으니까.”

“근데 너무 간단하고 짧아.”

“그래도 감정을 담았잖아. 그게 다야.”

“…감정이요?”

“응. 음악은 길이나 화려함보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게 중요해.”

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빠는 내 노래 듣고… 마음이 건드려졌어?”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울음이 아니라 웃음이 섞인 표정으로.


🧸 “이거… 그냥 엄마 생각나서 만든 거야.”

그녀가 조심스레 내게 말했다.

“사실, 이 곡 만들 땐… 그냥 엄마 생각나서 그랬어.
엄마가 아침에 나가고 나서 방에 혼자 있다가,
그냥 갑자기… 손가락이 그렇게 갔어.”

엄마는 교대근무 간호사라, 늘 새벽이나 늦은 밤에 집을 나선다.
서윤이는 매번 ‘잘 다녀와’는 못하지만,
그 마음이 어디에 가 있었는지, 나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엄마한테도 들려줄까?”

“응. 그럼… 엄마 진짜 좋아하실 거야.”


🎁 "곡 제목은 그냥 '엄마' 어때?"

서윤이는 며칠 뒤, 작곡노트 첫 장에 조심스레 이렇게 적었다.

제목: 엄마 (by. 서윤)

그리고 옆에 작게
기분: 따뜻하고 조금 슬픈 느낌
이라고 덧붙여놨다.

“아빠, 작곡할 땐 이렇게 기분도 적는 거야?”

“그건 필수가 아니야. 근데 적으면… 더 멋진 음악가지.”

“그럼 나… 반쯤 음악가야?”

“아니. 벌써 음악가야.”


🎼 아빠의 리메이크

며칠 후, 나는 몰래 서윤이의 곡을 기반으로
조금 더 풍성하게 편곡을 해봤다.

  • 베이스를 살짝 깔고
  • 왼손에 감성적인 하모니를 얹고
  • 멜로디는 그대로 유지한 채

그리고 딸에게 조용히 들려줬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너가 만든 거야.”

“…내가 만든 곡이 이렇게 되다니… 신기해.”

“이게 음악이야. 혼자 시작했지만, 함께 완성되는 것.”


💬 부녀의 진심 대화

“아빠, 나 진짜 작곡가 돼볼까?”

“돼도 되고, 안 돼도 돼.
중요한 건, 네 음악이 네 마음을 닮았다는 거야.”

“…근데, 내가 만든 곡 들으면서 누군가 울 수 있다는 거… 신기하다.”

“그게 바로 음악의 힘이야.”

“…나 이제 좀 알 것 같아. 왜 아빠가 음악을 계속 하는지.”

“그걸 네가 느껴줬다는 게, 아빠는 더 신기해.”


📖 에필로그

그날 밤, 딸은 피아노 앞에서 또 다른 멜로디를 흘렸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번엔 제목을 ‘별 보고 싶을 때’로 할래.”

나는 대답했다.

“그건 듣기도 전에 울 것 같은데…”

그리고 또 한 번, 나는 침묵 속에서 음악을 들었다.
그건 분명,
어린 손끝에서 시작되었지만
누구보다 깊은 마음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