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크리스마스 데이트 – 조용한 펭귄과 분홍 토끼의 눈 내리는 고백”

창작이야기(사랑)

히야121 2025. 6. 30. 17:59

– 마이멜로디 × 턱시도샘, 산리오 마을의 겨울 연애편지

“샘, 메리 크리스마스!”
“...멜로디야, 네가 나한테 메리 크리스마스래.”
“왜? 이상해?”
“아니, 너무... 좋아서.”

그날, 크리스마스의 눈은 조용히 쌓였고,
우리 둘은 말보다 눈빛이 더 많았던 하루를 걸었다.

12월 24일 밤.
거울 앞에 앉아, 나는 리본을 세 번이나 갈아맸다.

“너무 튀면 부담스러워할까?
아니면, 조금 더 포근해보이게 해야 할까?”

크리스마스라는 건 참 이상하다.
단 하루일 뿐인데,
그 하루엔 ‘특별함’을 담고 싶어진다.
그리고, 특별한 누군가에게는… 더더욱.

그는 며칠 전부터 뜨개질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튜브 강의에서 “초보자용 목도리 뜨기”를 보고,
파란 실과 하얀 실을 번갈아가며 엉뚱하게 감았다.

“멜로디가 이걸 좋아할까…
아니, 그래도 내가 만든 거면… 따뜻하긴 할 거야.”

말도 적고, 표현도 서툰 샘이지만
그의 손끝에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느리고 투박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우리의 크리스마스 데이트 장소는
‘산리오 윈터 마켓’이었다.
작은 오두막 모양의 가판대들과
반짝이는 조명이 거리를 물들였고,
커다란 눈사람 옆에서 아이들이 깔깔 웃고 있었다.

“멜로디야, 손 시려워?”
“응, 좀... 근데 네 손 잡으니까 괜찮아졌어.”

그는 말없이 내 손을 더 감싸쥐었고,
나는 그 온기에 얼굴이 붉어졌어.

우리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나눠 마시며
같은 머그컵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샘, 사실 나... 네 선물 준비했어.”

내가 꺼낸 건,
작고 둥근 실내등.
어두운 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그를 위해
손수 만든 ‘별빛 램프’였다.

그가 조심스레 포장을 풀고,
램프를 켰을 때
반짝이는 별들이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

“…멜로디야, 이거 너무 예뻐.”
“별빛이 샘 눈 안에 들어가려고 하더라.”

그는 말없이 웃으며
주머니에서 포장지도 없이 꺼낸
파란 목도리를 내게 내밀었다.

“내가 만든 거야. 좀... 서툴지만.”
나는 울 뻔했어.
그 한 땀 한 땀에 그의 마음이 녹아 있었으니까.

눈은 점점 더 조용히 내렸다.
길가의 조명이 은은히 깜빡이고
그 아래, 우리 둘의 그림자가 포개졌다.

“멜로디야.”
“…응?”
“사실 오늘... 그냥 크리스마스라서 만난 게 아니라,
오늘 너한테... 진심을 전하고 싶었어.”

“진심?”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숨을 멈춘 채 기다렸다.

“너를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근데... 천천히 말하고 싶었어.
너랑 오래가고 싶어서.”

그 말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얼마나 깊은 용기에서 나온 말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손을 다시 꼭 잡았어.
그리고 말했지.

“나도 천천히 좋아하고 있었어.
근데 오늘은, 조금 빨리 말하고 싶었어.”

그날 밤, 그는 내게 조용히 다가와
작게, 조심스럽게 안아줬어.
그 품은 북극 같을 줄 알았는데
눈 속에서도 이상하리만치 따뜻했지.

우리는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마음이 마주 닿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날의 눈은, 세상의 모든 ‘고백’을
살포시 감싸주는 포장지 같았어.

집에 도착해, 나는 그가 준 목도리를 다시 목에 감았어.
민트와 파란 실 냄새.
그리고 그의 손길.

리본을 벗기려다가 다시 묶었다.
샘은 말이 없지만,
그가 해준 리본은
내 마음의 매듭까지 잘 묶어주었으니까.

🎄 12월 25일.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가장 따뜻했다.
함께한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가 말한 짧은 고백과
그의 손길, 눈빛, 그리고 포옹.

모든 순간이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도,
그 다음에도
내 옆에 턱시도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게 소원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