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반려견이 반지를 물고 온 날》
“몽실이가… 반지를 물고 나왔어.
바니도 같이… 털을 날리며 축복하듯 걷더라.
우리 사랑의 시작과 지금, 모두 강쥐들이 기억해주고 있어.”
1. 결혼식 준비, 우리의 조건은 단 하나
“우리, 식장도 좋고 드레스도 좋지만…
강쥐 없이 결혼식은 안 돼.”
우리는 그렇게 입을 모았다.
처음 만난 계기도, 연애의 중심도
늘 ‘몽실이’와 ‘바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먼저 아침을 맞이해주는 존재.
눈물 날 때 곁에서 낑낑대며 위로해주던 그 아이들.
그래서 우리의 결혼식은
누구보다 몽실이와 바니가 주인공이었다.
2. “반지 들고 오는 역할… 애들한테 시켜볼까?”
“미쳤어? 애들이 식장 안에서 소리 지르면 어떡해?”
“그래도… 우리 결혼식이잖아.
기억에 남게 하고 싶어.”
우리는 진지하게 ‘강쥐의 반지 전달식’을 고민했다.
실제로 가능할까?
털이 날려서 민폐는 아닐까?
식장에선 허락해줄까?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반려인들이
‘강아지 결혼식 참여’를 응원해줬다.
“사실… 나 그런 꿈 꾼 적 있어.”
“어떤 거?”
“몽실이가 내 앞에서 걷고,
바니가 네 손에 반지를 주는 꿈.”
“우리… 그 꿈, 현실로 만들자.”
3. 드레스보다 하네스 고르기가 더 어려웠다
드레스 고르는 날,
나는 마음에 쏙 드는 걸 입었지만
정작 고민한 건 몽실이와 바니의 하네스 색이었다.
“베이지? 아니면 화이트?
너무 튀면 주인공이 돼버리잖아.”
“이미 주인공이잖아.
우린 그냥… 곁에서 서 있는 사람들인걸.”
드레스보다 더 신경 쓴 하네스.
턱시도처럼 생긴 조끼와,
리본 장식 하나씩.
우리는 그 옷을 손으로 정성껏 다듬었다.
4. 식장 리허설 – ‘꼬리 흔들기 연습 중입니다’
결혼식 전날, 우리는 식장으로 향했다.
강아지들과 함께 하는 식은
리허설도 필수였다.
“몽실이야, 여기 이쪽. 바니는 이쪽으로 돌아서…”
“앉아! 손! 기다려~”
리허설 내내
우리는 웨딩플래너가 아닌
강쥐 트레이너처럼 움직였다.
“아… 이거 사람 결혼식 맞지?”
“아니. 몽실이랑 바니 결혼식 아냐?”
“진심 그런 거 같아.”
우리는 웃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결혼식, 제대로 해내자. 우리 네 식구의 인생 첫 날이잖아.”
5. 결혼식 당일 – 털 달린 천사들
햇살 좋은 오후,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식장에 울려 퍼졌다.
하객들은 모두 앉아 있었고,
나는 천천히 입장 대기실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순간.
“몽실이 준비됐어요.”
“바니도요. 리본 고정했어요.”
식장 문이 열리고,
잔디길 한가운데
몽실이와 바니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몽실이는 턱시도 하네스를 입고
입에 조심스레 작은 쿠션을 물고 있었다.
그 쿠션 위엔 우리의 결혼 반지가 놓여 있었다.
바니는 꽃장식 하네스를 두르고,
양쪽 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하객들은 숨죽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6. “이건 우리 가족의 시작이에요.”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 서서
반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우리, 진짜 가족 되는 거야.”
“몽실이랑 바니까지… 전부 우리 가족.”
하객들도, 스태프들도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감동에 젖었다.
특별한 말보다,
한 마리 강아지가 물고 온 작은 반지가
더 많은 마음을 전했다.
7. 저녁, 식이 끝난 후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몽실이는 긴장을 풀고 곯아떨어졌고
바니는 그 곁에 찰싹 붙어 자고 있었다.
우리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말을 꺼냈다.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된 날이네.”
“그래. 나중에 애 낳아도
이 사진 보여주고 말해줘야지.”
“뭐라고?”
“엄마, 아빠는 강쥐랑 결혼했다가…
서로랑도 결혼했대.”
8. 결혼 앨범 맨 첫 장
지금도 우리 앨범 첫 페이지엔
몽실이가 입에 쿠션을 문 모습이 있다.
바니는 꽃길 한복판에서,
아주 해맑은 얼굴로 꼬리를 흔들고 있다.
우리 사랑은 그렇게
털이 날리고, 꼬리 흔들고,
작은 발소리로 이루어진 이야기였다.
이제는 매일 밤
몽실이와 바니 사이에 누워 자면서
그날을 다시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