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설명:
사랑은 같은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걸 함께 즐기려는 의지다. 고백 없는 연애가 조금씩 이름을 갖게 되는 순간, 첫 여행에서 드러나는 서로의 차이와 그 안에서 피어난 웃음에 대하여.
1. “같이 어디 떠나볼까?” 그 말의 무게
“우리… 그냥 어디 좀 갈까?”
그가 먼저 꺼낸 말이었다.
“여행?”
“응. 부담 없이, 가까운 데라도.”
설렘보다 걱정이 먼저 들었다.
사랑이란 이름조차 붙이지 않은 관계였지만,
그와 나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행'**이라니.
그건… 처음으로 서로의 '생활'을 보여주는 일이니까.
그의 아침 습관,
내 식성,
짐 싸는 방식,
걷는 속도,
잠버릇까지.
그 모든 것들이 ‘차이’로 드러날 수 있는 상황.
과연 괜찮을까 싶으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사람이라면…”
2. 취향은 정반대였지만
여행지를 정하면서부터 이미 시작이었다.
“바다 어때?”
“나는 산이 더 좋아.”
“일정은 촘촘하게 짤까?”
“나는 그냥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싶어.”
“맛집 리스트 내가 만들었는데—”
“나는 그런 거보다 그냥 동네 식당 들어가는 스타일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MBTI라도 먼저 물어볼걸 그랬다.
나는 철저한 계획형.
그는 완벽한 즉흥형.
처음엔 답답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불안했다.
하지만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따라갈게. 근데 중간중간 네가 계획한 거에서 벗어나면 너무 놀라진 마.”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우린 달라요'가 아니라
'다른 걸 인정할게요'라는 말처럼 들렸다.
3. 부산으로 향한 첫 여행
우리는 결국 부산으로 떠났다.
그가 바다를 포기했고,
나는 일정을 반쯤만 짰다.
첫 날은 감천문화마을,
둘째 날은 해운대와 동백섬.
그리고 저녁에는 자갈치시장에서 회를 먹는 걸로.
“회 좋아해?”
“솔직히 잘 못 먹어… 근데 너 좋아하잖아.”
그 말에 미안해서,
나는 다음 날 아침엔 그가 좋아한다던 돼지국밥 맛집을 찾아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국밥보다 커피가 더 당겼지만…
한 입 먹은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 맛에 사는 거야.”
그 표정이,
국밥보다 더 따뜻했다.
4. 다투지 않고 다른 걸 인정하는 법
여행 2일차.
동백섬 산책길에서 나는 조용히 걸었고,
그는 신나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사진 좀 그만 찍어. 풍경 느끼는 데 방해돼…”
툴툴거리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지만,
문득 멈췄다.
이건 그가 이 여행을 즐기는 방식이잖아.
내 방식이 ‘느끼는 것’이라면,
그의 방식은 ‘남기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금씩 마음이 풀렸다.
“이 사진, 나한테도 보내줘. 네 눈엔 어떻게 보였는지 궁금하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말 처음 들어봐. 너무 좋다.”
작은 말 한마디가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5. 밤이 되고, 마음이 더 가까워졌다
숙소는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작은 창문 아래 나란히 누워
그날 찍은 사진을 넘겨보았다.
“우리, 이렇게 다른데 왜 이렇게 잘 맞지?”
“잘 맞는 건지…
다르다는 걸 피곤해하지 않아서인 거 같아.”
그가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처음이었고,
천천히 잡힌 손은
설명보다 진심이었다.
그 날 밤,
우리는 아무 고백 없이
서로에게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6. 돌아오는 길, 변한 것들
“다음엔 제주도 어때?”
그가 말했다.
이번엔 내가 웃었다.
“산 말고 바다? 나도 이제 좀 바다가 좋아진 것 같아.”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취향도, 여행 스타일도 달랐지만
그 안에서 _같이 웃을 수 있는 포인트_를
서로 찾으려 했기에
이 여행은 따뜻했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고백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구나.
함께 있는 순간,
내가 나답게 있어도 괜찮다는 확신.
그게 사랑이었다.
7. 서로 다르면 뭐 어때,
웃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사랑은 같아서 좋은 게 아니라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빛난다.
그는 지금도 갑자기 ‘이 길 예쁘다’며 방향을 틀고,
나는 여전히 ‘지도 보고 가자’며 GPS를 켠다.
가끔은 그 다름이
아직도 나를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젠 안다.
그 다름 덕분에
이 사랑이 단단해졌다는 걸.
✍️ 마무리 – 여행이 보여주는 건 취향보다 마음이다
첫 여행은,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연습’이기도 하다.
그 사람은 나와 다르고,
나는 그 사람과 다르다.
그 당연한 사실을
서로 ‘실망’이 아닌 ‘이해’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사랑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고백은 여전히 없지만,
우리는 같은 기억 안에 함께 있었다.
웃는 타이밍이 달라도 괜찮았다.
서로를 향한 시선은
계속 같은 방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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