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저 동물 앞에서 울었대.”
“레서판다야, 안녕?”
“엄마 저거 곰이야?”
“아니야, 판다인데… 레서판다라고 불러.”
“왜 울어, 저 동물?”
“글쎄… 예전에도 누군가 그걸 궁금해했단다.”
🐣 1. 다섯 살, 우리 아이의 첫 ‘동물원 탐험’
“엄마, 동물원 가고 싶어!”
“동물원이요, 이 무더운 여름에?”
“아빠가 가자고 했어!”
나는 남편을 향해 눈을 흘기며 웃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오늘… 걔를 보여주고 싶어서.”
“레서판다?”
“응. 얘도 이제 알아야지. 우리 이야기의 시작.”
🏞️ 2. 다시 찾은 서울숲, 추억이 묻힌 그 자리
무더운 여름,
서울숲 안의 동물교감소는
예전보다 조금 더 커졌고,
시설도 조금 더 좋아졌다.
하지만 레서판다가 있는 온실,
그 유리창 앞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작은 갈색 털, 조용한 눈,
그리고 여전히 한곳을 바라보는 그 자세.
“어, 저 동물 뭐야?”
“레서판다야. 너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랑 아빠가 여기서 만났어.”
“여기서?”
“응. 엄마가 울고 있었고, 아빠가 그걸 봤단다.”
💬 3. 아이가 묻는다
“엄마는 왜 울었어?”
“그땐… 그냥 마음이 조용히 무너지는 날이었거든.”
“저 동물 때문에?”
“아니, 저 동물 덕분에 위로를 받았어.”
아이는 조용히 유리창에 이마를 대며 말했다.
“나도 뭔가 이상해… 저 동물, 너무 조용해.”
“그래. 그게 얘의 매력이야.”
“그럼, 나도 조용히 보고 있을래.”
📸 4. 우리가 아이에게 들려준 오래된 이야기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우리는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 엄마가 울고,
- 아빠가 조용히 바라보고,
- 다시 만났던 북카페,
- 매주 수요일의 약속,
- 그리고 레서판다 인형이 등장한 결혼식까지.
“엄마랑 아빠는 말이지,
이 작은 동물 덕분에 서로를 알아봤단다.”
“우와, 마법 동물이다!”
“맞아. 우리 가족의 마스코트야.”
🧸 5. 그날 아이의 손에 레서판다가 들어왔다
출구 옆 작은 기념품 코너.
아이의 손이 멈춘 곳에는,
우리가 결혼식 날 받았던 것과 닮은 레서판다 인형이 놓여 있었다.
“엄마, 얘 나랑 같이 가면 안 돼?”
“당연하지.”
“이름 뭐로 할까?”
“글쎄… 너가 정해봐.”
“음… ‘조용이’ 어때?”
“조용이?”
“응. 얘가 말 안 하고도 말하는 것 같아.”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울컥했다.
이 아이는 몰랐겠지.
그 말이…
우리 부부가 수년간 사랑을 키워온 방식의 정답이었다는 걸.
🕊️ 6.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용이와 나란히
차 뒷자리,
레서판다 인형을 안고 잠든 아이를 보며
나는 남편에게 속삭였다.
“얘, 우리보다 더 잘 알아들었어.”
“그러게. 오늘도 울었어?”
“응.”
“이쯤 되면 레서판다는 네 눈물 버튼이다.”
우리는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엔
수많은 계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만의 여유가 있었다.
🪟 7. 창가에 걸린 두 개의 그림자
저녁 무렵,
아이 방 창가.
작은 커튼 사이로
레서판다 인형 하나,
그리고 아이의 작은 손이 포개졌다.
“엄마, 조용이랑 이야기했어.”
“무슨 이야기?”
“엄마는 나 낳아서 힘들었대?”
“…응?”
“근데 조용이가 엄마 말없이도 웃었대.”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이 아이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전해왔는지
그것마저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 8. 블로그에 적는 오늘의 기록
블로그 일기란에, 나는 적었다.
오늘, 우리 아이에게
처음 레서판다를 보여줬다.아이는 그 조용한 동물 앞에서
우리보다 먼저 마음을 이해했고,인형 하나에 ‘조용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든 것 같다.오늘도 울었고,
내일도 울 수 있겠지만,이제는 셋이서, 조용히 나란히 걷는다.
레서같이, 우리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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